[기고]비대면진료, 의료접근성 개선 관점에서 고민해야

이호익 솔닥 대표
이호익 솔닥 대표

정부와 국회가 올 상반기에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한다. 산업계, 의료계,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관계자 협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비대면진료 도입과 이를 통해 개선되는 의료 접근성이 어떤 의미인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R. 라이히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인구 및 국제보건학과 교수에 따르면 '의료접근성'이란 질 좋은 보건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과거 통신과 교통 제약이 있을 때 도서산간, 재외국민, 군시설, 교도소 등 물리적, 거리적 고립이 초래하는 의료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었다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요즘에는 병원 방문이 힘든 고령층부터 질환(정신. 요양 등)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 백신접종 소외 유아층 등 '상황적 고립'이 초래하는 의료 접근성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때 보건소가 소화하지 못한 재택치료자 진료 수요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해소했다. 비대면 진료가 감염병 예방이라는 상황적 고립으로 말미암은 의료 접근성 개선을 한 차례 증명했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의료계 및 공공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의료 고립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우선 여전히 존재하는 물리·거리적 요인으로 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응급의료가 취약한 곳으로 평가된 지역은 모두 60곳이다. 해당 지역 거주자 211만명이 지리적 요인으로 의료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솔닥 이용 내역을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권을 제외한 지역 비대면진료 비중이 60% 이상이다. 일부 지역에 대한 의료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는데 비대면진료 효용을 입증한 것이다. 정부 또한 의료취약지 의료지원(원격의료협진) 시범사업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통한 거리적 접근성 개선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둘째는 노환, 질병 등으로 인한 상황적 의료 접근성 개선이다. 2021년 통계청 기준 국내에서 정신병원 249곳, 한방병원 488곳, 요양병원 1467곳이 운영되고 있다. 기관별로는 평균 30~4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입원 환자들이 만성질환 등 주기적 치료를 받기 위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 연세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매달 같은 약을 타러 연차를 쓰고 병원에 가야 하는 보호자만 생각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병원 입원 환자와 고령층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운영되며, 수년간 해결하지 못한 만성질환과 경증 질환 관리 해결책이 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와 원격의료는 거리적·상황적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편의 개선을 입증하고 있다. 향후 공공기관 운영 돌봄사업, 요양시설 등에 비대면진료 협업이 추진되는 이유다. 의료활동을 제공하는 의료인 입장에서도 온라인 공간에서 찾아가는 왕진 서비스를 통해 치료 연속성이 개선되는 만큼 미래의료 모습의 일부로 고민해 볼 부분이다.

올해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원년이자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원년이기도 하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자들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같은 기구를 통해 한시적 허용 기간 시행착오와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떠오른 자정 역할, 데이터 보안 등 수용할 사항은 적극 반영하는 등 의료체계 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활동 및 국민과의 접점을 찾는 데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고 의료공급자인 의사·약사와 상호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원격의료가 활발하게 자리 잡은 미국의 경우 주마다 원격의료법이 다르며, 매년 보완될 정도로 주정부와 산업계·의료계가 오랜 기간 꾸준히 논의하며 최적화한 의료 접근성 개선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상적인 미래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비대면진료 혜택을 받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어떻게 개선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호익 솔닥 대표 hosicks92@sol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