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밀리미터파 주파수 통해 5G 완성해야

민병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민병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대한민국은 통신 강국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초로 5G 시범망을 선보였다. 2019년 4월에는 미국 버라이즌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55분 차이로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제 국내 5G 서비스 가입자도 3000만명에 이른다.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게 대중화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 관련 5G 단말기나 기지국 장비 개발도 우리 기술로 가능하다. 이러한 외형적인 성공에도 대한민국의 5G는 아직 '진짜 5G'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사용하는 5G 서비스를 정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밀리미터파는 주파수가 24㎓ 이상으로 전파의 파장이 밀리미터 수준인 초고주파 전파 신호다. 통신 신호는 정해진 주파수 주변에서 일정 범위 대역폭을 필요로 하는 데, 주파수가 높을수록 더 넓은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빠른 속도의 무선 통신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밀리미터파는 전파 중 신호 감쇄가 커서 전파의 도달 범위가 짧고, 여러 장애물은 투과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다. 따라서 그동안 특수하게 제작된 시스템을 통해 위성통신 또는 군용 레이더에 활용돼 왔다.

이러한 밀리미터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빔포밍이다. 기존의 통신 시스템은 여러 방향으로 신호를 전파해서 음영 지역 없이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빔포밍 기술은 여러 개의 안테나를 이용해 통신이 필요한 공간으로만 신호를 강하게 전파해서 전파의 도달 거리를 늘리는 기술이다. 5G 밀리미터파 기술은 빔포밍 기술을 보유한 다수의 5G 기지국을 통해 광대역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5G 밀리미터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빔포밍 기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지국과 단말기 개발 및 보급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동안 산·학·연·관 공동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5G 밀리미터파 통신을 위한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G가 가져올 경제효과를 기대하며 많은 투자와 고된 연구를 통해 달성한 결과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개발된 5G 밀리미터파 이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정도다. 우리도 이통 사업자에 28㎓ 주파수 대역이 할당됐지만 5G 밀리미터파 서비스는 확대되지 못했다. 그에 따라 통신 서비스의 품질도 차이가 나기 시작해 미국에서는 이통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3Gbps가 넘는 데 비해 우리는 최대 500Mbps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통신 3사의 소극적 투자로 정부에서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회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현재 우리의 이통 서비스 속도가 충분히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나 이통 사업자가 5G 밀리미터파 통신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그러나 이통 인프라는 과거 철도·항만·고속도로나 국가 교통 인프라와 다름이 없다. 고품질 통신 서비스의 국가적 중요성은 코로나 시대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회의를 통해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확인하기도 했다.

통신 인프라를 갖추면 그에 맞는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다. 눈앞의 수익성만 따질 필요는 없다. 사실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 미래 시대의 모습은 밀리미터파 5G 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의 수익성만을 고려해 미래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늦어지면 안 될 것이다.

우리가 힘들게 확보한 5G 밀리미터파 기술력을 해외에 보급하기 위해서도, 국내의 성공적인 통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것도 자명한 현실이다. 더군다나 5G 이후 6G 통신 시스템도 밀리미터파 또는 그보다 더 높은 서브테라헤르츠를 사용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다시 모두가 힘을 합쳐서 늦어지고 있는 5G 밀리미터파 서비스 구축에 힘을 낼 때다.

민병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bmi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