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7〉경쟁우위 혹은 무엇?

변곡점. 영어로 인플렉션 포인트(inflection point)라고 불린 이것은 변화의 방향이 바뀌는 곡선 위의 점을 말한다. 변곡점은 원래 경제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말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것을 회자시킨 이는 다름 아닌 인텔 CEO 앤디 그로브였다. 저서에서 그는 기업 생애에서 비즈니스의 펀더멘탈이 바뀌는 시점을 ‘전략적 변곡점’이라 불렀다. 변곡점은 처음에는 중요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런 사건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기존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 전략을 수립하는 건 버겁기 마련이다. 대개는 누구에게도 말이다.

실상 혁신이란 일종의 상징어이기도 하다. 종종 미사여구로도 비춰진다. 혹은 뭔가나 어떤 상황을 뭉쳐 은유하는데 사용하는 것 쯤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어가 이렇게 쓰여지는데는 역설적이게도 ‘감탄사’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탓이기도 하다. 만일 이제껏 상식을 뒤엎는 뭔가를 찾아냈다면 이 환희를 표현할 단어에 “내가 찾아냈노라”는 의미의 ‘유레카(Eureka)’를 제외하고 실상 뭐가 있겠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케팅의 대전제는 뭘까. 누구든 브랜드와 로열티 그리고 소비 습관이란 걸 떠올리지 않은 이는 없겠다. 하지만 이 전승의 지혜를 의심하게 하는 석연찮은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으니 문제다.

2012년 달러 쉐이브 클럽이란 곳이 어느 날 갑자기 소비자 지형에 등장한다. 브랜드 약속은 간단했다. 저렴한 구독료로 면도기를 집으로 배송해 주겠다는 것이다. 비용은 절약되고 상점을 방문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어느 평소보다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 아침에 낡은 면도날 밖에 남아있지 않은 멍한 처지도 피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던 것이 2017년 즈음이 되자 30억 달러짜리 시장의 8%를 차지했다. 거기다 실상 면도날 점유율은 15%나 됐다. 그동안 시장을 만드느라 온갖 노력을 했던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선 이해 못할 노릇이었다.

얼마 전만해도 시장의 70%를 점유했었고, 어느 기업보다 품질에 목마른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있다고 믿었다. 후속작은 언제나 더 높은 가격으로 출시했고 멋지게 성공했다. 오죽 이 믿음이 확고했으면 프록터앤드갬블(P&G)은 2005년 무려 570억 달러를 이 브랜드를 내 것 만들기 위해 지불하는데 스스럼이 없었다.

하지만 달러 쉐이브 클럽은 이 시장에 변곡점이 한순간에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15년에 P&G의 남성용 면도기와 블레이드 점유율은 59%로 떨어진다. 2016년 7월 유니레버(Unilever)는 달러 쉐이브 클럽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것으로 이 시장이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증명한다.

질레트의 대응 전략이란 것이 질레트 쉐이브 클럽이란 것이 드러났을 때 고객의 습관이란 것이 모두 생각하던 것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P&G는 자신만의 구독과 배송 서비스에 눈을 뜨게 되었지만 말이다.

GM이 세웠던 시장 가설이 라이프스타일 소비란 것에 무너졌던 것처럼 이 시장의 대전제는 질레트의 가설도 클럽이란 이름을 단 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제안에 시장 한 뭉텅이를 내놓아야 했다. 모두가 질레트 같은 기업엔 그들이 오랫동안 만들어 온 누적 우위란 경쟁우위를 가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새로운 방식에 면역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 한번 자문해 보자. 우리 모두가 오랫동안 믿어 왔고 여전히 의지하는 그 가설은 견고한 것인지. 아마 당신이 그렇지 못하다고 인정한다면 아마 그게 정답일터다. 질레트와 P&G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