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도입된 '온라인 게시글 임시조치' 시스템이 금융사기 범죄자들의 탈출구로 악용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블로그,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금융사기 피해자의 인터넷 민원(폭로)글을 전문적으로 차단조치하는 '임시조치' 전문업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가 올린 피해사례 글이나 사기 피해 공유 등을 올리면 일정액을 받고 다른 이에게 사례 등이 퍼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임시조치 전문업체은 불법 가상자산거래소나 피라미드 사기, 투자리딩방 운영자 등 금융사기 범죄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한 금융사기 피해자는 “기존에는 법무법인 등 법률전문가 지원을 받아 게시글을 내렸지만,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전문업자가 등장함에 따라 폭로글들이 한꺼번에 대규모로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사기사례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백두산'의 경우에도 하루 평균 게시되는 글의 절반 이상이 임시조치로 가려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업자들의 온라인 게시글 임시조치 대행 단가 시세는 1건에 5만원 수준으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2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한 패키지로 구성돼 있으며, 위조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 제작도 서비스 단가에 포함해 대행해 준다. 문의는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받고 대금 송금도 코인이나 토스 익명계좌로만 받아 신분 노출을 차단한 채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포털사업자는 △본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도용당한 경우 △본인의 명예를 훼손당한 경우 △본인의 초상권 및 사생활을 침해당한 경우 이용자가 임의로 게시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두고 있다. 금융사기 범죄자들은 주로 사기피해 폭로글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주장해 일정기간 동안 글을 내리는 수법을 쓴다.
포털은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개인 및 단체 당사자 혹은 대리인이 필요서류를 제출할 경우 이를 검수해 30일 동안 게시중단 조치 후 복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의 게시자가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또다른 게시글이 작성 등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정보나 경험 부족 등으로 전문업체들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