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기획] AI 주도권, 인재·기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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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이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이끌 핵심 첨단기술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이 속속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AI 고도화를 이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국 내 육성전략은 물론 해외 인재 유치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추세다.

우리나라가 AI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AI 선진국이 자국 내 육성은 물론 해외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 최적화한 '현장형 실무인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늘리기 위한 창업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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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곧 경쟁력

영국 데이터분석 미디어인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는 지난해 6월 국가별 AI 산업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AI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AI 산업 수준이 최근 4년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앞으로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재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산업 수준은 62개국 중 종합순위 6위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에서 '특허(개발)', '정책(정부전략)' 부문은 '우수' 평가를 받았다. '인재'와 '운영환경', '연구수준' 부문에서는 다소 개선됐지만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전문인력 수를 의미하는 인재 부문은 지난 2019년 28위에서 2023년 12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세부 항목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엔지니어 수에서는 20위를 그치면서 데이터분석 관련 인재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2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부족한 AI 전문 인력은 총 7841명 수준이다. 한경협은 2020년 1609명, 2021년 3726명과 비교해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AI 인력 부족 문제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AI 산업은 제조업·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만큼 미·중과의 기술격차를 줄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국내 인재 양성은 물론 비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고급인재도 적극 영입해 인력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AI 인력난은 경쟁국과 비교하면 한층 심각하다. 인공지능 전문 연구기관인 엘리먼트 AI가 발표한 '2020 글로벌 AI 인재보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AI 분야 전문 인재 수는 47만7956명이다.

미국은 18만8300명으로 무려 39.4%를 차지하면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인도 7만6213명(15.9%), 영국 3만5401명(7.4%), 중국 2만2191명(4.6%)을 차지했다. 한국은 불과 0.5%로 30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한편 정부는 국내 산업전문인력을 대상으로 AI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5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AI 역량 진단, AI 활용 컨설팅 및 검증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임원·관리자 4320명에게는 국내외 기업 AI 도입 사례, 공정·업무 절차 개선방안 등을 교육했다.

글로벌 AI 전문 인재 수 국가별 분포
글로벌 AI 전문 인재 수 국가별 분포

◇AI 창업 생태계 조성해야

'글로벌 AI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산업에서 가장 부진한 부문은 AI 기업과 투자 규모 등을 뜻하는 '민간투자'로 나타냈다. 한국은 18위에 오르면서 총 7개 부문 가운데 최저 순위에 그쳤다. 이를 별도 기준을 적용한 점수로 환산하면 8.3점이다. 상위 10개국 평균인 29.0과 비교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19.2점을 기록한 홍콩과 8.9점인 인도에도 뒤처졌다.

우리나라는 특히 AI 관련 기업 수와 투자 규모가 모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AI와 관련한 상장한 기업 수는 6개로 집계됐다. 세계 11위다. 미국(172개), 중국(161개), 일본(26개), 대만(9개)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한국은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에서도 19위에 그쳤다. 반면에 우리나라보다 낮은 종합순위 7위를 기록한 이스라엘은 AI 관련 상장기업 수와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에서 모두 4위를 차지했다.

한편 '2022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AI 기술 개발, AI 적용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개발 등 AI를 다루는 기업은 2020년 933개에서 2022년 1915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총매출은 1조9506억원에서 3조9702억원으로 갑절 이상 확대됐다.

AI 기업이 경영상 느끼는 애로사항으로는 'AI 인력 부족'과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가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AI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족한 인재와 데이터 활용 전반에 대한 규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호 본부장은 “여전히 높은 데이터 활용 장벽으로 인해 AI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 규제 완화로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