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출연연 공공기관 해제와 연구자율성

김영준 전국본부 기자
김영준 전국본부 기자

연구자율성. 기자가 과학기술 분야를 맡은 후 곳곳에서 헤아릴 수 없이 숱하게 들어온 말이다.

현장 연구자, 노조는 물론이다. 심지어 이들이 연구자율성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는 대상인 정부조차 이를 기치로 내세웠다. 연구자율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현실을 생각할 때 더없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변화의 전기가 될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31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상 기타공공기관으로 규정되던 굴레를 벗었다. '출연연 통폐합의 전조가 아니냐'며 정부의 저의를 의심하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대부분 그 자체는 좋게 보고 있다.

공공기관 굴레를 벗은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이것이 곧장 연구자율성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미 공공기관서 지정 해제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고위관계자는 “많은 것을 준비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라는 얼개가 아니라 디테일이다. 이후 출연연이 어떻게 관리·운영되며 어떤 세부 변화가 이뤄질지를 살펴야 한다.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안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거의 모두가 염두에 두고 있을 얘기다.

그럼에도 기자가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노파심에 있다. 공허하게 느껴지는 연구자율성이라는 단어가 확신의 이미지로 다가왔으면 한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현장은 역할을 다하는 것에 공공기관의 굴레는 관계가 없음을 보여야 한다. 정부도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그치지 않고, 충실한 후속 조치와 지원을 이어가주길 바란다.

향후 10년, 20년 뒤에는 이번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우리 과학기술 발전의 큰 전기로 평가되길 기대한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