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교체 “예상보다 파격”···은행권 새해 앞두고 긴장감 팽배

(왼쪽)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왼쪽)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주요은행장 교체가 예상보다 '파격적'으로 이뤄지며 이에 따른 긴장감이 은행권을 휘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주말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단수 추전했다. 정진완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현 시중은행장은 물론 우리은행 부행장 중에서도 '막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부행장으로 승진(2023.12)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건 등 내부통제로 홍역을 겪는 우리은행이 쇄신과 세대교체를 위해 과감하게 젊은 피를 수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행장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 혁신과 기업문화 재정비에 우선 목표를 두겠다”고 답했다.

우리금융에 앞서 KB금융지주는 27일,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지명했다. 당초 이재근 행장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만큼, 깜짝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K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격적'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이 행장 후보는 리딩뱅크 탈환과 해외사업 부실 해결이 당면과제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H 지수 불완전 판매 논란 등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누적 순이익이 뒤쳐졌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KB뱅크(구 부코핀은행)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을 보이며 금감원이 주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을 벗어난 은행장 교체는 지주에서 그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을 행장에게 요구 할 것이라는 신호”라면서 “은행 인사개편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주 본격화 한 은행권 경영진 변경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은행장 교체를 선언한 우리금융지주는 여전히 임종룡 회장 거취가 불안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우리금융 불법대출 검사 결과 12월 중간 발표하겠다”면서 “손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관련 불법대출이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로 발견돼 중점 검사 사항으로 보고 있다, 불법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 책임론'을 다시 거론한 것이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이달 중순께 차기 행장 거취를 결정한다. 신한·하나은행은 연임이, NH농협은행은 교체가 유력하다.

특히 NH농협금융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임기가 모두 연말까지라 경영진 교체 폭이 클 가능성이 높다.

올해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중대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강호동 중앙회장은 상반기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높고 대립해 불편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 독립성 침해를 경계하고 있어 막판까지 변수는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은행장은 큰 문제가 없다면 2연임까지는 안정적인 분위기였으나, 올해는 변수가 적지 않다”면서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교체에 따른 인사 여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