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IRA 보조금 변경 예상…전기차는 축소·생산세액공제는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 22일 피닉스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아메리카페스트 2024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 22일 피닉스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아메리카페스트 2024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폐지보다는 각종 보조금 요건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축소되는 반면에 배터리 생산 보조금은 유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변호사는 17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 개최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IRA는 의회를 통해서만 폐지나 변경할 수 있는데, IRA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개 지역구 중 8개가 공화당 소속”이라며 폐지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 “석유 회사들도 탄소포집 세액공제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IRA 폐지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보조금 지급에 근거가 되는 주요 조항들은 변경 가능성이 예상됐다. 특히 신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친환경 차 크레딧(30D)은 개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직접 규정에 손을 대지 않더라도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조금 축소 혜택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준모 율촌 변호사는 “30D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FEOC 임계점을 낮추거나 입증책임 요구를 강화해 보조금 혜택을 줄이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한 얼티엄셀즈 3공장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한 얼티엄셀즈 3공장

트럼프 행정부가 FEOC 범위를 강화할 경우 한·중 합작법인(JV)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구 변호사는 “지금은 FEOC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향후 규정이 바뀌면서 JV가 FEOC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과 거래할 때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법률 변경 조항을 포함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넣고, 중국 회사의 JV 지분 일부 또는 전부는 인수하거나 매각하는 옵션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 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우리 기업의 관심이 가장 큰 부분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주는 45X 존속 여부다. 현지 투자 기업에 대해 배터리 셀은 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분기마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수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45X 유지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이다. 구 변호사는 “현지에서 많은 투자가 45X 때문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45X 유지를 점치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지난해 하원의장에게 IRA 전면 폐지 반대 의견서를 보낸 18명의 하원의원 중 15명이 재선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현지 정책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대미 배터리 최대 투자국으로 공화당 우위 지역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 효과를 지역 주정부와 의회 관계자, 싱크탱크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