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딥시크와 AI 정책 그리고 DPG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국장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국장

설 연휴 딥시크가 출시되며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기술 혁신과 새로운 접근법이 기존 인공지능(AI) 경쟁의 흐름을 바꿨다. 오픈워싱 문제, 데이터 탈취, 비용 과소추계 등 논란이 있지만 딥시크는 기존 물량전 중심 AI 경쟁과 빅테크 중심 AI 경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SFT(Supervised Fine Tuning)를 생략하고 강화학습(RL)만을 활용하며 MoE(Mixture of Experts) 모델을 최적화하고, 엔비디아 CUDA 종속을 줄이며 PTX(Parallel Thread Execution)를 직접 다뤄 성능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혁신이 잘못 해석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오픈소스 가져다가 누구나 쉽게 AI 개발할 수 있다'는 단순화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딥시크 성공은 창업자가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했고 모기업이 H100 GPU를 5만장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기존 AI모델의 API를 활용해 사후학습을 진행한 정황도 있다. 이는 데이터 탈취 및 주권 문제를 떠나 기존 거대 AI 모델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개발비 80억원은 지나친 과소추계다. AI 물량전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처럼 오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딥시크가 제시한 새로운 모델이 혁신을 자극하며 AI 사용량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AI정책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소프트웨어(SW) 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이 1.9%에 불과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저수준 펌웨어부터 최적화 AI프레임워크와 같은 AI반도체 시스템SW부터 라이너와 같은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은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우리가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딥시크가 준 시사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인프라 확보는 절대적이다. 국가 AI데이터센터를 2조원 규모로 건립해 GPU 및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를 확충하는 계획이 축소돼서는 안된다. 아니 더 늘려야 한다. 또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고품질 데이터셋' 확보가 핵심이 된다.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연결·융합하는 게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DPG 허브(HUB)'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올해 구현될 '정부전용 초거대 AI 공통 플랫폼'은 대국민 서비스 향상, 공무원 생산성 향상, 사회 문제 해결에 활용될 예정이다. 퍼플렉시티처럼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 소형언어모델(SLM)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탑재, 기관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각 기관의 AI 모델과 AI 에이전트가 사일로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둘째, 공공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무원의 순환 보직 시스템으로 인해 AI와 같은 급변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속 유지하기 어렵다. 1년마다 바뀌는 공무원에게 매번 똑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공공 인력이 최소한 AI 엔지니어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이해도를 갖춰야 하며, 고급 AI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 어렵다면 관련 교육과 인사체계 개선을 통해 공공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2024년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만난 아랍에미리트(UAE)의 AI 장관은 세계 AI 리더들과 교류하며 대담을 주도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 최고AI책임자(CAIO)는커녕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디지털책임자(CDO)도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 CAIO, AI 디지털 혁신부처뿐만 아니라 영국의 디지털콘트롤타워(GDS) 같은 국가 차원 기술 전담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 AI는 이제 기본재다.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국장 epoko7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