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국내 경영권 분쟁 일단락…성장동력 中은 장남 손에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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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이 송영숙 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로 종결되면서 그룹 내 지배구조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약품그룹 주요 계열사인 중국 '북경한미약품' 수장에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선임되면서 새로운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에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임 회장의 동사장 선임은 이미 중국에서 법인 등기를 마쳤다.

최근 북경한미는 중국 화륜그룹 측 이사 2명과 한미약품 이사 3명으로 구성된 동사회를 개최해 임종윤 회장을 동사장으로 선임하고, 권용남 북경한미약품 경영지원부 고급총감과 서영 연구개발센터 책임자, 이선로 코리 이태리 대표 3명을 신규 동사로 임명하고 등기를 완료했다.

북경한미 동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임종윤 동사장, 화륜그룹 측 이사 2명, 신규 선임된 이사 한미약품 측 3명,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다. 신규 선임된 한미약품 측 이사들은 과거부터 북경한미 일을 도맡아 하며 임종윤 회장과 가까운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한미는 한미약품그룹에서 매출 30~40%를 담당하는 주요 계열사다. 2023년에는 연결 영업이익의 44%를 기여한 바 있다. 한미약품 성장 동력이지만 2024년부터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이 북경한미 경영과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3분기와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북경한미는 2022년 처음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후 2023년 3977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3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번 선임은 임 회장이 그룹 국내 경영에서 물러나 중국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를 맡고, 중국은 임종윤 회장이 맡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코리그룹은 기존처럼 북경한미 의약품 유통·마케팅 채널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추가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회장은 한국 본사 경영에서 손떼는 대신,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경영을 펼치게 됐다. 당장 경영권 싸움에서 패배했다고 해도,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다시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에서 “(북경한미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좋은 스토리가 나오기가 어렵지만 정리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다고 본다”면서 “아마 경영권 분쟁 시즌3는 사모펀드 라데팡스의 엑시트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