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9년 호주의 소녀 엘리자베스 스트루스는 병원에서 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던 엘리자베스의 부모는 '신이 아이를 고쳐줄 것'이라며 의료 치료를 거부했다.
인슐린을 맞지 못한 엘리자베스는 결국 진단 3년만에 당뇨 합병증 '케토산증'(DKA; 혈중 케톤 농도가 높아져 체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호주 ABC 방송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각) 퀸즐랜드주 대법원은 8살로 숨진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제이슨 스트루스와 어머니 케리 스트루스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각각 징역 14년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이 맹신한 사이비 종교 '성도'(The Saints)를 이끄는 브랜던 스티븐스에게 살인을 도운 혐의로 징역 13년을, 엘리자베스의 오빠 재커리와 스티븐스 가족 등 11명에게 6~9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종교 지도자 브랜던은 스트루스 가족이 엘리자베스에게 인슐린을 투약하지 않은 일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마틴 번스 판사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그 결정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번스 판사는 브랜던에게 “스트루스에게 당신의 신앙을 계속해서 설파하지 않았다면 그는 엘리자베스를 병원으로 데려갔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랬다면 엘리자베스는 지금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종교에 맹신하고 있었음에도 재판에서 스트루스 가족과 스티븐스 가족, 신도들은 성경 구절에서 의사와 의학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구절조차 읊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신이 엘리자베스를 고쳐줄 것이라고 맹신하면서 2022년 엘리자베스의 숨이 끊어지자 911에 전화하는 대신 기도하고 노래했다. 그들은 법정에서 “엘리자베스가 실제로 죽지 않았으며, 단지 잠을 자고 있을뿐이기 때문에 부활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이드 스트루스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의 지지를 얻지 못할까 두려워 16세가 되는 해 독립했다. 그는 두 가족에게 징역형이 선고되자 “엘리자베스를 위한 정의가 실현됐다”며 안도했다.
제이드는 “브랜던이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통제하기 위해 저지른 강압과 조작은 사람들의 취약성을 노리는 가장 용서할 수 없고 역겨운 학대 행위”라며 분노했다.
당초 스트루스 부부에게는 살인죄(murder)가 적용됐었지만, 대법원에서 살인죄는 무죄로 판결됐으며 대신 과실치사(manslaughter) 혐의가 적용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