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5일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은 이날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업무보고에서 경제성장률 5% 안팎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년 전은 물론 지난해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적인 긍정적 기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의 배는 반드시 바람을 타고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 초안 작성팀 책임자인 선단양 국무원 연구실 주임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목표 설정 전 많은 조사팀을 각지에 파견해 조사하는 한편 전문가와 학자, 관련 정부기관, 기업 등 의견을 들어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성장 목표 달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선 주임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작년 3분기 4.6%에서 4분기 5.4%로 회복세를 보이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문화·관광 소비, 중국 자산 가격의 상승 등도 배경으로 꼽았다. 이날 발표된 2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보다 0.4포인트 오른 51.4로 나타났다.
중국이 3년 연속 5%대의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최근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문제 대응 부족을 명분 삼아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모든 중국산 제품에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 목표를 약 20년 만에 가장 낮은 약 2%로 세우기도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WB·4.5%)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4.5%), 국제통화기금(IMF·4.6%), 한국은행(4% 초중반)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상태다.
결국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 등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재정 적자율을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적자 규모는 5조 6600억위안(약 1130조원)으로 한 해 만에 1조 6000억위안(약 320조원) 늘어난다.
아울러 1조 3000억위안(약 2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 5000억위안(약 100조원)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 등 국영은행의 자본을 강화해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방식을 선택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방 미분양 토지 매입 등을 위한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도 지난해 3조 9000억위안(약 781조원)에서 올해 4조 4000억위안(약 881조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총 재정 적자는 지난해보다 2조 9000억위안(약 580조원) 늘어난 11조 8600억위안(약 2천375조원)에 달하게 된다.
중국은 또 다른 돌파구를 내수 확대로 설정하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연간 10대 과제 중 1순위로 올려놨다. 이를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 가운데 3000억위안(약 60조원)을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에 배정했다.
또 휴가제도를 최적화해 문화, 관광, 스포츠 등에 대한 소비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는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을 통한 신품질 생산력 가속화와 국유기업 개혁 및 민영경제 촉진 등 국가적 전략도 포함됐다.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을 구현한 중국발 '딥시크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중국은 작년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처음 소개된 국가 차원 인공지능(AI) 종합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을 지속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 중국은 양자 기술과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물리적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 6세대 이동통신(6G) 등 미래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리 총리는 “AI 플러스(AI+) 행동(인공지능과 다른 산업을 결합하는 전략으로 작년 업무보고에서 처음 제시됨)을 지속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우위, 시장의 우위를 더 잘 결합하는 한편 대형언어모델(LLM)의 광범위한 응용을 지원하며,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차와 AI 휴대전화·컴퓨터, 지능형 로봇 등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와 스마트 제조 설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