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주택에서 발견된 '31kg' 성인 남성… “새엄마가 20년간 감금”

의붓아들, 발견 당시 몸무게 31kg…“근육까지 빠진 상황”
피해자 “목말라 변기 물 마시고, 쓰레기통 뒤져 허기 채워”

의붓아들을 20년 간 감금 및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코네티컷주 거주 여성 킴벌리 설리번(56). 사진=미국 코네티컷주 워터버리 경찰서
의붓아들을 20년 간 감금 및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코네티컷주 거주 여성 킴벌리 설리번(56). 사진=미국 코네티컷주 워터버리 경찰서

미국의 한 30대 남성이 20년 넘게 의붓엄마에게 감금당했다가 고의로 집에 불을 질러 가까스로 탈출해 현지에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AP 통신 · NBC 뉴스 등에 따르면 코네티컷 경찰은 지난달 17일 오후 8시 40분께 하트포드 남서쪽 워터베리에 발생한 화재로 출동한 한 자택에서 수십년 간 학대와 감금을 당한 32세 남성 A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라이터와 손 소독제, 종이를 이용해 집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A씨는 방화 이유에 대해 “나는 자유를 원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A씨는 30대 성인 남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키는 5피트 9인치(약 175cm)에 몸무게는 단 68파운드(31kg) 밖에 나가지 않았다. A씨는 경찰에 감금이 11살 무렵부터 시작됐으며 2.4 X 2.7m의 작은 방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0년 이상 억류된 상태로 장기간 학대, 굶주림, 극심한 방치, 비인도적인 대우를 견뎌왔다”며 감금 기간 동안 어떠한 의료 및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도 스파뇰로 경찰 서장은 “이 피해자가 20년 이상 겪은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1급 폭행, 2급 납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된 킴벌리 설리번. 사진=AP 연합뉴스
1급 폭행, 2급 납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된 킴벌리 설리번. 사진=AP 연합뉴스

피의자는 남성의 의붓어머니인 킴벌리 설리번(56)으로 지난 12일 폭행, 납치, 불법 감금, 잔혹 행위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일체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누가 A씨를 감금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장 말할 수 없다'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현지 매체 WFSB가 입수한 영장 진술서에 따르면 A씨는 의붓엄마인 설리번과 아버지, 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는데 하루에 물을 2잔밖에 주지 않아 목이 말라 변기 물을 마시기도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배고픔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음식을 훔쳐먹거나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주워 먹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감금이 시작된 십 대 시절부터는 화장실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병과 신문지로 볼일을 봐야 하는 비인간적인 생활을 이어갔다고 했다.

거주지 2층 뒷쪽 창고 같은 작은 방 안에는 난방이나 에어컨조차 없었고, 치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아서 식사하면 썩은 치아가 부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 돈 테르킬센은 “사건의 진실은 마치 공포 영화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피해자는 (화재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A씨의 아버지는 1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를 위해 사용한 물품은 그가 아버지 재킷 주머니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에게는 1년에 3~4권의 책만 주어졌는데, 그것이 그가 공부할 유일한 기회였다. 그는 책 안에서 손소독제가 인화성 물질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웃 부부는 설리번의 집에서 A씨를 본 적 없다고 답했지만, 부부의 20대 딸은 '10여년 전 화재가 발생한 방 창문으로 한 '소년'을 봤다'고 말했다. 당시 딸은 자신과 또래 남자아이로 보고 '손을 흔든 것이 다'라고 말했다. 이웃 부부는 설리번과 A씨의 아버지에 대해 “친절해보였다”고 진술한 것이 전부다.

지난 2005년 A씨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는 그가 지나치게 작고 마른 것에 우려하며 아동복지부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A씨의 자택에서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번번이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