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이 퇴직연금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대거 도입한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에 이어 올해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이 가능해져 400조원이 넘는 운용자금 쟁탈전이 벌어지자, 생성형AI를 신무기로 내세웠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비대면채널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퇴직연금 서비스에 생성형 AI등을 도입해 초(超)개인화 서비스로 전면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초개인화 연금 수익률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 데이터 기반 최적상품 추천을 위한 '연금상품 추천엔진' 도입을 추진한다. 이른바 'AI 연금 디지털 PB(Private Banker)'다.
고객 개개인 별로 수익률 관리 최적 솔루션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수익률·자산운용현황을 진단하는 초개인화 자산관리 솔루션과 △퇴직연금 투자일임형 RA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AI로 수익률 관리를 위한 리밸런싱 제안부터 직관적 고객제공용 운용현황보고서까지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비 차별화된 연금 킬러(Killer) 서비스도 검토한다. 'AI 연금비서'다. 조회·운용·신규상품 등 복잡한 퇴직연금 거래 업무를 대화형 AI에이전트를 통해 간단한 문장으로 수행하고, 고객관리 서비스 일환으로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맞춤형 연금 투자교육 콘텐츠도 제공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상품에서 고객의 다양한 문의에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 대화형AI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경험이 풍부한 전문 업체들과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432조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이중 90%에 달하는 금액이 원리금 보장형태로 운영되는 등 보수적으로 운영돼 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87.2%가 원리금보장형에 투자돼 연간 수익률 4.08%를 기록했다. 실적배당형 상품 평균 수익률은 13.27%로 3배 이상 높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퇴직연금이라는 상품 특성상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부터 안정성과 수익율을 둘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 기존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을 직접 지시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투자 일임업자의 검증된 RA가 가입자를 대신해 운용 전체를 맡을 수 있다. 또 앞서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고객이 금융사를 바꾸기 쉬워진 것도 금융권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때문에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에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격화하고 있다. RA와 짝을 이룰 키워드로 '생성형AI' '비대면'이 급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