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스마트폰 부품 생산에 특화된 영풍전자가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매출이 1800억원대를 기록하며 1년새 60%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까지 겪으며 수익성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애플 협력사로 활약하면서 아이폰 디스플레이 전용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해 왔지만 부품 불량 문제가 드러나면서 생산이 줄어든 것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영풍그룹 본업인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과 폐쇄 공론화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코리아써키트, 시그네틱스, 영풍전자 등 계열사들이 줄줄이 어닝쇼크에 빠진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전자 매출은 1843억원으로 2023년 4672억원 대비 60.5%(2829억원) 급감했다. 수익성 또한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41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 역시 141억원 발생했다.
영풍전자는 영풍이 지분 일체를 소유한 기업으로 장형진 고문이 과거 영풍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반도체 부품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인수한 첫 회사로 전해진다. 1995년에 영풍 계열로 편입됐고 2000년 사명을 유원전자에서 지금의 영풍전자로 바꿨다.
한때 영풍전자는 영풍그룹 '오너 2세' 장세준 부회장이 경영한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장 부회장은 2009년 시그네틱스에서 전무 직위를 달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 영풍전자에 부임한 이래 구매 총괄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2017년까지 재임한 바 있다.
영풍전자의 실적 추락 배경에는 애플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전자는 수년간 아이폰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를 생산해 왔으나 2022년에 납품한 부품의 칩 탈락 등 불량이 발견되면서 품질을 둘러싼 애플의 신뢰를 잃었다는 후문이다.
부품 불량이 파악된 뒤 애플은 영풍전자와 물량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2022년 출시된 스마트폰 모델, 영풍전자가 개발 과정에 참여한 2023년 일부 기종에 한정해 납품됐을 뿐 지난해에는 애플 향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주 고객사 애플의 이탈은 영풍전자의 본업 수행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 매출 추이를 살피면 △2022년 7202억원 △2023년 4672억원 △2024년 1843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 매출과 견줘보면 지난해 매출은 74.4%(5358억원)나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사로 인력이 대거 유출된 점도 영풍전자의 사업역량이 저하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영풍전자 핵심 기술진, 엔지니어, 생산직 종사자들이 경쟁사로 옮겼다는 지적이다.
어닝쇼크는 비단 영풍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회사 영풍 또한 2년째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겪는 등 심각한 사업실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풍의 영업손실은 1607억원, 당기순손실은 32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풍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데 이어 황산가스 감지기를 꺼놓은 채 생산한 사실이 적발돼 10일 정지가 추가로 부과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조기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공론화도 형성되고 있다.
다른 전자부문 계열사들 역시 어려움에 처했다. PCB 제조사 코리아써키트도 2023년 -321억원, 2024년 -331억원 등 잇달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그네틱스 역시 매출액이 1181억원으로 2022년 2876억원 대비 절반 이상(58.9%)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전자의 어닝쇼크는 애플 공급망 배제 이후로 충분히 예견됐던 결과였다”며 “장기적 경영비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 부재가 결국 그룹 전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
이경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