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8] 국힘 주자들, '오세훈 러브콜' 러시…수도권·중도 표심 잡기 총력전

'오세훈 노선' 놓고 경합…공약 이어받기
'서울런·디딤돌 소득' 전국 확대 경쟁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마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을 나서며 배웅 나온 오 시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마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을 나서며 배웅 나온 오 시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들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잇따라 접촉하며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당내 2차 컷오프를 앞두고 오 시장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16일 국힘 경선 유력 주자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이 연달아 오 시장과 회동을 가졌다. 전날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오 시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이들은 모두 오 시장의 공약을 경쟁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조찬 회동을 마친 뒤 “디딤돌 소득이나 서울런 등은 매우 앞선 정책임에도 중앙 정부의 규제에 의해 마음대로 정책을 펼칠 수 없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고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서울런은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대표적 교육복지 정책”이라며 “강원도·전라도 어디에 살든 서울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마친 나경원 의원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장실을 나서고 있다. 나 의원 손에는 오 시장의 저서 '다시 성장이다'가 들려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마친 나경원 의원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장실을 나서고 있다. 나 의원 손에는 오 시장의 저서 '다시 성장이다'가 들려있다.

뒤이어 오 시장을 예방한 나경원 의원도 “디딤돌 소득은 탈수급을 유도한 점에서 기초수급 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보완한 정책”이라며 “이 정책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서울런은 중위소득 85%까지 수혜 범위를 넓혀 '팔도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나 의원은 “이재명의 기본소득은 비효율적인 퍼주기”라고 지적하며, 오 시장 공약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오찬 회동을 가진 안철수 의원은 “오 시장이 '정치적 스탠스가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했다”며 “중도 확장성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인 만큼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어 “AI 산업, 의료 개혁 등 실현 가능한 정책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성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장실을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장실을 나서고 있다.

앞서 전날 오 시장과 만찬을 가진 홍 전 시장도 오 시장의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캠프측이 전했다.

주요 주자들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 '구애' 차원을 넘는다. 국민의힘이 1차 컷오프에서 일반 여론조사 100%로 4인을 추리는 만큼, 서울·수도권 민심을 쥐고 있는 오 시장의 상징성과 영향력은 주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누가 오 시장의 정책 노선을 더 설득력 있게 계승할지를 놓고 사실상 '대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오 시장은 아직 특정 후보 지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차 컷오프 직후 오 시장의 지지 의사 표명이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오세훈의 중도'를 누가 먼저 껴안을 수 있을지가 주요 변수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한편 국힘은 이날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자 11명 중 1차 경선 진출자로 8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김문수·나경원·안철수·양향자·유정복·이철우·한동훈·홍준표 후보가 1차 경선 진출자로 선정됐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