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넷 산업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 가는 동안 규제 환경은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혁신 유도를 위해 입법 전문성을 강화하고 규제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인터넷산업규제 백서'를 23일 발간했다. 인기협은 국내 디지털산업과 규제에 대한 연속성 있는 데이터 축적을 목표로 매년 인터넷산업규제 백서를 발행하고 있다. 이번 백서에서는 2023년 국내 인터넷산업 규모와 함께 제21대 국회에 대한 입법 평가를 담았다.
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인터넷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635조원을 기록했다. 2023년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 매출액이 3204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인터넷산업은 국내 종사자 수 증가에도 크게 기여했다. 2023년 국내 인터넷산업의 종사자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한 200만명이다. 반면 전체 산업 종사자 수는 2023년 2545만명으로 2022년(2522만명)과 비교해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인기협은 특히 클라우드, AI 등 혁신 기술 분야의 급격한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클라우드 서비스업'은 전년 대비 매출액이 22.4%, 종사자 수는 30.9% 증가했다. AI·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한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이 활성화되고, 기업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등 기술 도입을 확대한 결과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는 전년 대비 매출액 21.6%, 종사자 수는 20.7% 늘었다. '금융정보 및 자산관리'는 전년 대비 매출액 317.5%, 종사자 수는 39.7% 증가했다. 디지털 뱅킹 수요가 확대되는 등 비대면 금융 플랫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산업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산업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규제의 실효성 면에서도 크게 뒤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기협에 따르면 2020년에서 지난해 사이 제21대 국회 임기 4년 간 발의한 인터넷 산업 규제 관련 법률안은 492건이다. 정보통신망법(83건), 전기통신사업법(63건), 전자상거래법(38건), 개인정보 보호법(37건), 온라인플랫폼법(22건) 순으로 많이 발의했다. 이중 실제 법률에 반영된 건은 약 19%(95건)에 불과했다. 인기협의 전문 조사단이 평가한 21대 국회의 인터넷 산업 규제 입법 평가 결과는 100점 만점에 25.3점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플랫폼에 대한 철학 없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정부 권한 중심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혁신 유도를 위한 입법 전문성 강화와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플랫폼의 사회·경제적 기여와 역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확산이 필요하며, 자율 규제 등 다양한 규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입법 초기 단계부터 산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식 소통 채널을 마련해달라고도 했다.
인기협 또한 입법 과정에서 심층 토의 등을 거쳐 입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21대 국회는 입법은) 전문가들이 용어의 정의, 정책의 정당성, 과잉금지, 헌법 합치성이라든 모든 항목을 저조하게 봤다”면서 “입법 과정에서 의원실 외에도 보조 입법 전문기관들이 내용을 보강하는 등 입법 절차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