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싼 국회 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의 역할과 지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국회는 쿠팡이 정부 기관을 방패 삼아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쿠팡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국정원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쿠팡의 이른바 '셀프조사'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국정원이 쿠팡에 개인정보 탈취 용의자 접촉과 포렌식을 직접 지시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국정원이 12월 공문을 보내 국가 안보를 위해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며 “현지에 있는 직원에게 연락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줬지만, 그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이를 두고 “종합하면 국정원이 먼저 접촉을 지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부사장은 “저희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렌식 절차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쿠팡은 국정원이 개인정보 유출자가 사용한 컴퓨터 등에 대해 “회수한 다음에는 알아서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씀을 주셨다”고 해명했다.
최 위원장은 반복해서 “국정원이 직접 포렌식을 하라고 지시했나”라고 질의했다. 그러자 이재걸 부사장은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저에게는 법적 의무가 있다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말씀했다”고 답했다.
포렌식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업체가 좋은 지에 대해서는 (국정원과 쿠팡 간) 많은 대화가 있었다. 저희가 이런저런 업체를 제안하기도 했고 국정원에서도 또 여러 업체를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포렌식 비용을 낸 주체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이 부사장은 어느 쪽이 비용을 부담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쿠팡 Inc 또는 쿠팡 한국이 지급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포렌식 과정에 국정원 직원 입회 여부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이 부사장은 “(최 위원장 질의가) 포렌식 이미징 카피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걸로 이해한다”면서 “거기에는 참석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쿠팡은 앞서 정보 유출 용의자인 전 직원을 자체 조사한 결과 계정 3000개만 확인했고 나머지는 삭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국정원이 용의자 지술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고, 계속 협조하고 있었지만 조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요청하거나 명령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