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 전역 대규모 정전…인프라 마비, 국가 비상사태 선포

4월 28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이 멈춰서자 승객들이 게이트를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월 28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이 멈춰서자 승객들이 게이트를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정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양국 주요 도시의 기반 시설이 마비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정전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쳤으며, 국경 인접국인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도 피해를 입었다고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 레드엘렉트리카는 이날 오후 8시 35분 기준, 전체 전력 용량의 35%가 복구됐다고 발표했으나, 전면적인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내무부는 전국적인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전으로 인해 마드리드와 주요 도심에서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마비됐고, 경찰이 주요 교차로에 배치돼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하철과 엘리베이터가 멈춰 시민들이 갇히는 사고도 이어졌다.

철도 운행도 큰 차질을 빚었다. 일부 고속열차 운행이 중단되며 승객들이 철로 위로 내려오는 장면도 목격됐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부 장관은 “중장거리 열차 운행 재개는 오늘 중 어렵다”고 전했다.

전국 공항은 예비 전력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나 일부 항공편은 지연됐다. 이동통신망 일부도 정전 영향을 받아 통화 연결이 끊기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던 오픈 테니스 대회는 경기 중 정전으로 일시 중단됐다. 에너지 기업 모에베는 자사의 정유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도 리스본과 북부·남부 지역에 걸쳐 정전 피해가 발생했으며, 병원과 긴급서비스는 자체 발전기를 통해 가동 중이다. 일부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했으며, ATM과 전자 결제 시스템도 작동이 중단됐다. 리스본 지하철에서는 승객 대피가 이뤄졌고 리스본 공항 터미널은 폐쇄됐다. 대기 중인 관광객들은 항공편 운항 여부를 알 수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각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원인 파악과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현재로서는 정전의 원인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며 “추측은 자제해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아울러 이동과 통신 사용을 줄여줄 것을 당부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정전의 발단은 스페인에서 시작된 분배망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으며, 전력회사 E-Redes는 “유럽 전력 시스템 전반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양국 당국 및 유럽 송전 운영자와 협력해 원인을 조사 중이다.

EU 정상회의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은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게르만 갈루셴코 에너지 장관은 엑스를 통해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대응 경험을 공유하겠다”며 복구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