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무소속 예비후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의 단일화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막판 재협상까지 이어졌지만,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실상 보수 진영 내 후보 단일화는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앞서 의원총회를 통해 후보 결정 권한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일임하기로 의결한 만큼, 비대위를 열어 김 후보 교체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측 대리인단은 9일 오후 8시 30분 첫 협상이 결렬된 뒤, 밤 10시 30분부터 단일화 실무 재협상에 돌입했지만 1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30분쯤 협상 종료를 공식화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협상장을 나서며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단일화 방식을 당에 일임했다고 주장하던 분이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았다. 이게 한덕수의 민낯”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비서실장은 “당 지도부는 이미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덕수 후보를 옹립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으며, 그 절차가 곧 종료될 것이기에 협상 의지가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밤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단일화 협상 결렬 시 후보 결정 권한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의원 대부분이 단일화를 촉구했고, 지도부에 일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더는 호소에 머물러선 안 되고 실질적 조치로 나아갈 때”라며 이날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중앙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벌여온 김무성·유준상 상임고문 등에게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다만 의총에 참석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64명의 의원 중 반대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2명뿐이었다”며 “후보 교체를 강행하는 것은 절차와 당헌당규를 무시한 정당민주주의의 파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