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2027년 말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자원과 기능을 공유할 '버츄얼 플랫폼'을 가동한다. 시설이나 장비 등 보유 자원을 공유해 정부 예산 배분 효율성을 높이고, 클러스터간 기능적 연계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구축을 시작으로 20여개가 넘는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의 유사·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분야별 특화 육성이 기대된다.
28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국가바이오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내년 초 바이오 클러스터 '버츄얼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상반기 중 ISP를 완료하고 곧바로 개발에 들어가 이르면 2027년 말, 늦어도 2028년 초엔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버츄얼 플랫폼은 전국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의 시설, 장비, 인력, 공간 등 정보를 담고 있다. 정부는 각 클러스터의 자원 현황을 파악해 적절한 예산 배정은 물론 중장기 성장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 1월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바이오클러스터 경쟁력 강화와 해외 교류 확대 등을 위해 플랫폼 구축계획을 밝힌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 클러스터의 '기능적 연계'를 유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클러스터별 자원 현황이 공유되면 부족한 시설이나 장비 등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럴 경우 불필요한 예산 투입을 막을 수 있고, 바이오 기업 역시 수요에 따라 다양한 클러스터의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플랫폼 구축은 그동안 유사·중복 기능과 비효율적인 예산 투입, 지나친 경쟁 등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 인천, 오송, 대구, 춘천 등 15개 도시에 약 25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다. 시장 규모에 비해 클러스터 수가 많은데다 기능이나 역할이 유사한 곳이 상당수다. 예산은 물론 바이오 기업 수도 많지 않다 보니 클러스터들 간 경쟁이 지속돼 바이오 생태계 조성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설립과 운영의 제약도 한몫한다. 국내 바이오클러스터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설립 주체가 다르다 보니 소관 법률, 운영기관 등이 제각각이다. 이러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자원 현황조차 통합 관리가 안돼 중앙부처 차원의 육성정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단장은 “그동안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협업이 아닌 경쟁관계가 굳어졌는데, 이러는 사이 글로벌 클러스터와 경쟁은 뒤처졌다”면서 “이제는 특정 클러스터가 모든 지원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유기적 협업이 절실한데, 자원 공유 플랫폼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플랫폼 구축을 시작으로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앙정부 주도의 바이오 클러스터 협의체 운영을 정례화하고, 보유 자원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특화 영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구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중앙정부가 바이오 클러스터 협의체 중심이 돼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클러스터마다 특화 기능을 부여해 선택과 집중의 육성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