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3월 학력평가에서 사회탐구 응시율이 64.6%를 기록하며, 2022년 통합수능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문과생 증가'의 결과로 해석하지만, 수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바로 자연계 학생들의 '사탐 선택 쏠림',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실제 사회탐구 응시생 수는 전년 대비 무려 9만 8천 명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사회문화 과목은 단일 과목 기준 4만 6천여 명이 늘어나며, 폭발적인 선택률을 보였다. 반면, 과학탐구는 4과목 모두 응시자 수가 감소했고, 특히 '지구과학 I'과 '화학 I'은 1만 명 이상 줄어들며 뚜렷한 이탈 조짐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문과 학생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수능에서 유리한 조합을 찾으려는 자연계 수험생들의 전략적 움직임이 본격화 되었음을 시사한다. 달라진 탐구 과목 판도, 그 중심에서는 '사탐으로 향한 이과생'이 있다.

지난 수능에서부터 자연계 학생들의 탐구 선택 양상이 심상치 않다. '과탐 2개 필수'라는 전통적인 공식이 무너지고, 자연계 학생들의 '사탐런(RUN)' 현상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수능 구조 변화와 입시 전형 기준의 유연화가 있다. 여전히 서울대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 과탐 2과목 선택이 필수이지만, 연세대 이하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 그 조건이 약화하면서 사탐 1과목 선택의 실익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사탐은 과탐에 비해 난이도가 낮고 등급 획득이 유리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예컨대 사탐은 평균 점수가 30점대를 형성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수월하고, 과탐에 비해 학습 분량도 적기 때문에 만점을 받을 경우 유리한 등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자연계 학생들은 수학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유지하면서, 과탐 1과목을 사탐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은 단연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화', 이는 과목 난이도, 학습량, 시험 출제 경향까지 고려한 현실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에듀플러스]박건영의 원포인트 입시①…금년도 최대 이변 '사탐런' 심층 해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31/news-p.v1.20250531.de87c7e0d0694e8ba3a332491dd75b1d_P1.png)
수학 4등급, 과탐 평균 3등급 수준의 자연 계열 학생은 기존 정시 체제에서는 주요 대학 진학이 어려웠다. 이는 자연계 전형에서 수학과 탐구의 반영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들이 과탐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서 사탐 전환을 통한 성적 개선과 수학 집중 학습으로 상위권 도전을 노릴 수 있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했다.
한 학생은 6월 모의고사 이후 과탐 1과목을 사탐(사회문화)으로 전환, 수능에서 사탐 1등급을 달성했지만, 수학은 4등급을 받았다. 자연계 최상위권 진학은 어려웠지만, 국어·영어·탐구의 강점을 살려 인문계 교차지원을 선택했다. 인문계열은 수학·탐구 지정하지 않고, 국어·탐구 비중이 높아 유리한 환산 점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선택으로 그는 경희대 사회과학 계열(인문), 한국외대 사회과학 계열(인문), 홍익대 자율전공(무전공)에 모두 최초 합격했고, 최종적으로 홍익대에 진학해 건축 분야 진로를 선택했다.

이 사례는 단순히 과목 선택이 아닌,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조정한 수험생의 성실한 실행력이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상위권 수학과 과탐이 부담되는 자연계 학생에게, 사탐 전환은 하나의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 학생처럼 본인의 위치를 냉정히 분석하고, 유연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
정해진 틀로 정공법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강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인가.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입시의 트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