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직면 보건의료 난제 'AI'로 풀어야…데이터·디지털격차 해소 선결

저출산·고령화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포함해 국가별 보건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 고령화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마련하고 새로운 질병이나 기아 등 인류 공동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렐리즈 고르겐스 세계은행 디지털 및 인공지능 솔루션 총괄은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AI는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물론 의료 취약지의 환자 진료를 위해서도 유용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에서 마렐리즈 고르겐스 세계은행 디지털 및 인공지능 솔루션 총괄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에서 마렐리즈 고르겐스 세계은행 디지털 및 인공지능 솔루션 총괄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르겐스 총괄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로 비만, 고혈압 등 대사질환으로 인한 질병비 부담 증가, 새로운 질병 출현, 저출산·고령화 등을 꼽았다. 여기에 국가간 의료 수준 격차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투자 정체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AI 등 디지털 기술 적용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고 봤다. AI를 활용한 질병예측, 디지털 등록시스템을 통한 모자 보건 모니터링, 필수의약품 공급망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성공적인 디지털전환을 위해선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고르겐스 총괄은 “르완다에선 백신추적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백신 접종 중단률을 7.2% 줄였으며, 가나에서도 디지털 청구 시스템으로 의료비 청구·지불 기간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면서 “미국, 유럽 등 이미 디지털 보건의료 체계가 정립된 국가 외에도 남미와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전환 노력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헬스 데이터의 파편화, 국가와 연령별 디지털 격차, 데이터 관련 규제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면서 “결국 성공적인 디지털전환 여정을 이끌기 위해선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 건강보험 체계를 갖춘 우리나라도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넘어 지속가능한 의료 체계로 진화하기 위해선 유전체 데이터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치료, 예방의학 구현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에서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1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제포럼'에서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유전체 데이터는 정밀의료를 구현하는 핵심인데, 맞춤형 치료법 제시는 물론 희귀질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면서 “이는 국가 건강보험은 물론 공공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에는 유전체 데이터가 우리 보건의료 체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전자건강기록(EHR)과 연계해 정밀의학을 실현할 것”이라며 “특히 신생아를 대상으로 유전성 희귀질환 여부를 선제적으로 확인해 대응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