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의원의 전격 사퇴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조차 하지 못한 채 좌초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적 청산'을 둘러싼 이견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당 지도부와 이른바 옛 친윤(친윤석열)계인 구(舊)주류,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의 셈법도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사퇴했다”며 “당의 변화와 쇄신을 바라보는 당원과 국민들께 혼란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혁신위원장을 모셔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다시 출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반대 당론'에 앞장섰던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당내 쇄신 요구에 응답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혁신위 구성 과정과 '인적 청산'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고, 안 의원은 지난 7일 혁신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하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지목한 인적 청산 대상은 대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권영세 의원과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사퇴 이후 계파 간 공방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적 쇄신 논의는 혁신위 내에서 충분히 이뤄진 뒤 비대위나 차기 지도부에 전달됐어야 했다”며 “혁신위원장이 해야 할 일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안 의원과 친한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친한계는 인적 청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무려 45명의 의원이 관저 앞에 모였다”며 “인적 청산의 대상은 대폭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뼈저린 반성과 2선 후퇴가 이뤄지지 않고, 핵심 인사들이 정계 은퇴 같은 결단을 내리지 않는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계파를 막론하고 안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원장직을 당권 도전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았다”고 직격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