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 영업현장에서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영업조직 성과가 회사 실적으로 직결되는 만큼, 압도적 체급을 자랑하는 삼성·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설계사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부산 소재 GA IFC그룹 주식 49%를 추가 인수해 총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2023년 피플라이프 인수에 이은 두번째 대형GA 인수 사례다.
IFC그룹은 전국에 약 2000명 보험설계사를 보유한 GA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보험사 소속 설계사를 GA로 물적분할하는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를 단행한 이후, GA채널에서 보험대리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생명이 보유한 GA 4개사(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IFC그룹) 소속 설계사 규모만 3만4000여명 수준이다. △2023년 1분기 2만4762명 △2024년 1분기 2만8314명에 이어 2년 동안 1만명가량 급격히 세를 늘린 모습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GA보다 전속채널 성장이 두드러지며 영업조직 규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 삼성생명 전속조직(전속 설계사·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3만9350명으로 올해 4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 설계사 수는 △2023년 1분기 2만9352명 △2024년 1분기 3만2761명 등으로 2년간 1만명 정도 순증해 한화생명에 5000명 정도 앞서있다.
업계는 중량급 대형 생명보험사들 사이에서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와 인수 등 GA채널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삼성생명은 전속조직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사가 영업조직 확대에 힘을 쏟는 건 영업조직 성과가 보험사 실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올 1분기 IR을 통해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 중 86%가 전속조직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SM은 보험사가 거둬들일 미래 이익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전자신문이 삼성생명(3만9350명)과 한화생명(3만4000명)을 제외한 타 생보사 전속 영업조직을 취합한 결과, 총 6만2000만명 규모로 집계됐다. 생명보험 설계사 중 절반 이상이 삼성과 한화생명 소속이라는 의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영업은 비대면에서 설계사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영업조직 규모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상위 보험사 사이에서 전속과 GA로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업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타 생명보험사들도 영업조직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올해 AIA생명은 자회사 GA AIA프리미어파트너스에 150억원, KB라이프는 KB라이프파트너스에 200억원을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