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곧 음식의 역사다.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저장할 것인가에서 시작됐다. 음식이 먼저였고, 그에 따른 통치 형태가 나왔다. 우리의 음식 역시 우리의 역사를 말해준다. 지독하게 근면하고 어떤 역경도 이겨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면모는 음식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우리 음식의 특성은 어떤가. 다양성은 한국 음식의 특성 중 하나다. 지역마다 다른 향토 음식들이 즐비하다. 한국의 음식이 왜 다양성을 갖게 됐을까. 아마도 우리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조상들은 70%가 산지인 한반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일궜다. 거친 바다를 헤쳐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건져냈다. 사계절이 다양하고 그중에서도 겨울이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 이땅에서 흔하디 흔한 먹을거리는 별로 없었다. 수확은 모두 땀의 결과물이었다. 그것도 부족하기 일쑤, 독성이 있는 풀을 발견하면 찌기도 데치기도 하면서 독성을 없애는 요리법을 개발해 냈다. 다른 나라에서는 먹을거리로 쳐주지 않는 것도 어떻게든 먹을거리로 만들어냈다. 미더덕, 골뱅이 등 한국에서만 먹는다는 음식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의 척박한 환경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조상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오늘의 대한민국 문화를 낳고, 음식을 만들었다. 그 다양성에 대해 이제는 해외에서 환호한다. 어떤 것은 구수하고, 어떤 것은 맵고 또 어떤 것은 달착지근하다. 심지어 건강식이면서 저렴하기도 하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한국음식 사랑을 보면 수출길에 오른 K푸드의 성공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 다양성을 경험하면 많은 이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모든 외국인이 다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방문해야 한국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K푸드라는 표현이 있을 수도 없다. 한단계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K푸드 성공의 이면에 얼마나 큰 기술(테크)의 힘이 있었는 지 알수 있다. 더운 날에는 한나절만에도 쉬기 쉬운 밥을 몇달동안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포장 기술, 손맛마다 다른 한국음식의 맛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 보다 빠르고 보다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기술 등 셀 수 없이 많다. K푸드 기업은 실상 각자의 엄청난 기술을 보유한 테크 기업들이다. 반도체·자동차만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K푸드가 더욱 힘있게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K푸드테크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로봇과 같은 첨단 생산 시설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기업들도 있어야 한다. 한국음식의 다양성을 상품화할 수 있는 수많은 기술기업들도 있어야 K푸드의 성장성이 유지될 것이다. 정부 역시 푸드 테크 생태계에 주목하고 관련 기술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음식은 참 신기한 문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별거 아닌데 익숙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고, 또 반대로 별거 아닌데 익숙해지면 계속 찾는다. 이제 해외 많은 사람들이 K푸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어려서부터 K푸드와 함께 자라온 세대가 커간 다는 것은 K푸드 시장의 미래를 말해준다.
기회가 왔다. 전 세계인들이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의 향연을 누릴 수 있도록 식품이 주요 수출 품목 반열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았다. 푸드 테크 생태계를 발판으로 K푸드가 훨훨 날아 오를 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