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쟁력 높이는 학연협력 플랫폼 〈2〉한국생산기술연구원-부산대학교, 전국 최초 '공동융합대학원' 개원

수소경제 기반 동남권 산업 패러다임 전환 선도
올 초 PNU-KITECH 공동융합대학원 본격 개원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초점
대학-출연연 간 '벽 허물기' 통한 시너지 효과 ↑
내년부터 기업 직접 연계한 '계약학과'도 운영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구축사업 성과를 정리하고 2단계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대담이 지난 16일 PNU AVEC에서 열렸다. 최경민·이만식(왼쪽부터) 공동사업단장이 학연협력  시너지 창출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부산=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구축사업 성과를 정리하고 2단계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대담이 지난 16일 PNU AVEC에서 열렸다. 최경민·이만식(왼쪽부터) 공동사업단장이 학연협력 시너지 창출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부산=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 두 주체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과 부산대학교다. 수소를 중점산업으로 설정하고 울산시를 비롯한 지자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장 큰 성과는 올 초 개원한 'PNU-KITECH 공동융합대학원'이다.

대학 내에 구축한 기존 학연협력 교육 시설과 달리 생기원 울산본부에 구축하면서 전국 최초라는 의미와 함께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대학 간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만식 공동사업단장(생기원 수석연구원)은 “공동융합대학원 입지가 산업과 기업이 집적화된 울산이고, 생산기술 연구개발(R&D) 전문 출연연인 생기원 내에 있다는 점에서 학연협력 플랫폼사업 핵심 목표인 인력양성은 물론 R&D와 사업화까지 확실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민 공동사업단장(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은 “부산대는 부산뿐 아니라 울산과 경남지역 발전을 이끄는 메가 유니버시티가 돼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부 정책을 보더라도 앞으로 모든 대학은 통폐합 과정을 거쳐 재편될 것이다. 공동융합대학원은 부산대 외연 확장과 성장은 물론 동남권 교육, 산업, 경제 전반에 이바지하는 모범적 학연 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기원과 부산대를 대표해 이번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을 기획하고 사업 운영 전반을 이끌어 온 이만식·최경민 공동사업단장에게 학연협력의 의미와 사업 성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기술실용화본부에 개원한 'PNU-KITECH 공동융합대학원' 전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기술실용화본부에 개원한 'PNU-KITECH 공동융합대학원' 전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이 지원하는 '학연협력플랫폼구축 시범사업'은 지역대학과 출연연이 협력해 지역 과학기술 고도화와 지역 발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다.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 핵심 목표는.

◇이만식=12대 국가전략 기술 가운데 하나인 수소를 중점산업으로 설정해 학연협력 수소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 운영하면서 지역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고 수소경제 기반 동남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최경민=사업단의 구체적 목표는 동남권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 과학기술인력 양성, 기술 고도화, 기술이전 및 창업지원을 위한 학연 플랫폼 구축이다. 세 가지 핵심 과제로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지역 수요 기반 수소 생산·저장·활용 전주기 기술 고도화, 기술이전 및 창업 활성화를 수행하고 있다.

-동남권에 생기원과 부산대 외에 대학과 출연연 본원과 분원이 여럿 있다. 이 가운데 생기원과 부산대가 협력하게 된 이유는.

◇최경민=대학 입장에서 생기원은 연구 성과를 산업과 기업 실질 성장으로 연결해 가는 최적의 파트너다. 특히 생기원 울산기술실용화본부는 수소 분야 실용화 인프라와 폭넓은 산업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만식=광역시임에도 울산 역시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국립대 부재다. 부산대가 울산에서 생기원과 학연 플랫폼사업을 추진하면 산업계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울산을 거점으로 부산대와 생기원의 협력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최경민=생기원만이 아닌 울산시의 적극적 협력 의지가 주효했다. 울산은 대한민국 수소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지만 국립대가 없다 보니 고급인재 양성과 공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울산시도 2022년부터 국립대 유치를 타진해왔고, 수소 실용화 역량을 갖춘 생기원 울산본부가 부산대에 사업 협력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이만식=부산대가 지닌 학문적 역량과 인재 풀, 생기원이 보유한 실용화 R&D 역량과 인프라, 그리고 울산시의 강력한 지원 의지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대학이 출연연 안으로 들어가는' 국내 최초 혁신적 협력 모델이 탄생했다.

이만식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 공동사업단장.
이만식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 공동사업단장.

-그 결과물이 전국 최초 학연협력 공동대학원인 PNU-KITECH 공동융합대학원이다. 대학원 설립 배경과 그 의미는.

◇이만식=앞서 언급한 것처럼 울산시의 국립대 유치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유치 활동 과정에서 이번 학연협력 플랫폼사업을 확보해 부산대가 울산시로 올 수 있는 명분과 기반을 마련했다. PNU-KITECH 공동융합대학원은 대학이 보유한 교육과 R&D 역량을 출연연으로 편입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학생은 산업 현장에서 쓰는 다양한 장비를 접할 수 있고, 기초연구부터 기업과의 상용화 기술 개발까지 경험하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학연협력 플랫폼사업은 대학과 출연연이 협력해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발굴하고 안착화, 확산해 나가는 것이다. 공동융합대학원을 지속 가능한 학연협력 모델로 성장 발전시켜 나갈 방안이 궁금하다.

◇최경민=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로 만들기 위해 '성장 수레바퀴(Growth Wheel)'라는 개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 수소산업계와 교류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대학원생, 교수, 연구원뿐 아니라 기업 재직자로 문호를 열어 대학원을 '동남권 수소산업 네트워크 허브'로 만들겠다. 내년부터 기업과 직접 연계한 '계약학과'를 설립 운영할 계획이다. 산업체와의 접점도 대폭 확대한다. 현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 수요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교육과정과 연구 방향에 반영해 나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안정적으로 양성하고 확대하면서 대학원 재정 자립도를 높여 중장기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

- 인력 양성 외에 신기술 R&D, 기술이전·창업 분야 역할과 성과는.

◇이만식=수소산업은 수전해 수소생산, 수소 저장·운송, 수소 연료전지·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집중 연구가 필요하다. 사업단은 부산대 교수와 생기원 연구원 간 협력으로 수소 전주기 기술 기초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 양측 보유 기술을 융합해 기업 수요 대응 공동 R&D를 기획했고, 2단계는 기술 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실질 성과를 창출한다.

◇최경민=부산대와 생기원 공동 연구 자체가 새로운 기술과 지식재산(IP) 창출의 시작이다. 공동대학원은 인력양성, 신기술 개발, 기술사업화라는 세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핵심 엔진이다. 부산대-생기원 공동 기술사업화 조직(TLO)을 가동해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기술확산의 날' 같은 공동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지역 기업으로 이전을 촉진하겠다. 대학원생 우수 연구 성과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산대 기술지주, 창업지원단과 연계해 체계적인 지원도 제공하겠다.

최경민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 공동사업단장.
최경민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구축사업 공동사업단장.

- 올해 3월 첫 학기를 시작했다. 교육생과 교수진 반응은.

◇최경민=학생들은 대학 캠퍼스를 벗어난 국내 유일의 교육 환경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교수의 깊이 있는 이론 강의에 생기원 연구원(학연교수)의 현장감 넘치는 실용 연구 강의가 더해진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첨단 연구 장비와 시설을 자유롭게 활용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했다.

교수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진 정책인 대학과 출연연 '벽 허물기'에서 나오는 시너지를 체감하고 있다. 부산대 교수와 생기원 연구원 간 공동 연구 활성화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고, 양 기관의 강점을 결합해 대형 국책과제 수주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 대학원 개원 외에 지난 2년여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사업 정량적 성과는.

◇이만식=수소 전 주기에 걸쳐 다양한 공동 연구를 추진해 특허출원 44건, 기술이전 27건의 실적을 냈다. 특히 수소생산 분야에서 '수전해 핵심소재·부품, 스택 개발 및 운전 기술 최적화' 연구를 통해 ㎿급 수전해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할 것이다. 울산에 있는 SK picglobal 외 다수 기업과 협력해 수요 맞춤형 기술개발과 상용화도 진행하고 있다.

-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중점 지역혁신 분야는 '수소산업'이고, 과제는 '탄소중립 선도 수소산업 전주기 밸류체인 구축'이다. 수소산업을 동남권 중점 혁신 분야로 선택한 이유는.

◇이만식=동남권은 이미 국내 수소산업 핵심 거점이다. 전국 수소기업 3분의 1에 달하는 607개가 동남권에 있고, 전국 수소 매출 33.6%를 차지한다. 수소 생산, 유통, 활용 전 분야에 걸쳐 기업들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산업 생태계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크다. 특히 울산시는 청정수소 도시 도약을 비전으로 수소생산, 인프라, 활용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경민=구체적으로는 동남권 수소산업계의 '시급한 전문인력 양성'을 고려했다. 훌륭한 산업 기반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 부족은 동남권 수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함께 일할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구하지 못해 발이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수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에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협력해 직접 길러내고 공급함으로써 수소산업 생태계 선순환을 완성하려 한다.

최경민·이만식(왼쪽부터)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공동사업단장이 대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했다.
 부산=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최경민·이만식(왼쪽부터)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공동사업단장이 대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했다. 부산=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2단계 사업 추진 방향과 주요 사업은.

◇최경민=1단계(23~25년)가 공동융합대학원 설립 등으로 '플랫폼 뼈대를 세우는' 시기였다면 2단계(26~27년)는 세워진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과를 본격 확산하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다.

공동융합대학원은 안정적 운영을 넘어 산업계와 밀착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주력한다. 계약학과 운영과 함께 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 채용까지 직접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학연교수와 겸임연구원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핵심 과제다. 학생들이 대학과 출연연 강점을 모두 흡수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도 공고히 하겠다.

◇이만식=1단계에서 발굴 시작한 원천기술 연구는 '실증 및 실용화' 단계로 끌어올린다. 1단계 기초·원천 연구과제 중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별해 기술성숙도(TRL)를 끌어올리기 위한 후속 R&D와 실증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플랫폼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체 수요가 명확한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 대형 R&D 사업이나 민간 수탁과제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수주해 안정적인 연구개발 동력을 확보하겠다.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이 초광역권 학연협력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 전역으로 확산해 나가기 위한 조건은.

◇이만식=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 및 고도화, 사업화를 아우른 학연협력 플랫폼 안착과 활성화가 중요하다. 공동대학원에 이은 공동연구소 설립 등으로 연계 사업을 확보하고 다시 사업 성과를 확산시켜 나가는 성과 환류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지자체, 산업계, 대학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생기원, 부산대, 울산시를 넘어 부산시와 경남도, 동남권 소재 대학, 연구기관의 참여로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외연을 대폭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경민=이 사업의 핵심 가치는 대학과 출연연의 벽 허물기다. 이 벽 허물기를 산업계, 대학, 연구기관, 지자체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동남권 학연협력 플랫폼 성공의 핵심 조건이다. 이를 위해 부산대-생기원 중심 협력 체계를 동남권 산학연을 아우른 '개방형 혁신 얼라이언스'로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 산업체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사업 참여도 중요하다. 동남권 전역의 수소기업이 공동 R&D, 인재 채용, 기술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동남권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수소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구축사업단은 지난 16일 PNU AVEC에서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공동사업단장 대담을 진행했다. 최경민·이만식(왼쪽부터) 공동사업단장이 대담에 앞서 진행을 맡은 임동식 전자신문 동남권취재본부장과 환담하고 있다.
 부산=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구축사업단은 지난 16일 PNU AVEC에서 동남권 학연협력플랫폼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공동사업단장 대담을 진행했다. 최경민·이만식(왼쪽부터) 공동사업단장이 대담에 앞서 진행을 맡은 임동식 전자신문 동남권취재본부장과 환담하고 있다. 부산=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대담 진행=임동식 본부장 dslim@etnews.com , 정리=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공동기획: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