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으로 미뤄졌다. 혁신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당내 쇄신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는 혁신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다수 의원이 윤 위원장이 직접 출석해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다음 의총에서 (윤 위원장의)혁신안 설명을 듣고 다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중 재개는 어렵고, 조만간 빠른 시일 내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당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쇄신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곽 수석대변인은 “논의를 미룬 것이 아니라, 혁신위 설명을 듣고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윤 위원장은 같은 날 아침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어젯밤 소통이 있었고, 오고 싶냐는 질문을 받아 부르시면 기꺼이 가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아직 부른다는 얘기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곽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의)말씀이 틀린거 같다. 연락한 분이 직접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윤 위원장이 의총에 제안한 혁신안에는 △당헌·당규에 계엄 및 탄핵 관련 사과 명시 △최고위원회 폐지 및 당 대표 권한 강화 △당원소환제 강화 등이 포함됐다. 반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에 대한 1차 인적쇄신 △당 대표를 국민 여론조사 100%로 선출하는 방안 등은 당내 이견으로 의총 안건에서 제외됐다.
이날 의총 연기로 혁신위가 제안한 주요 안건의 향방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졌다. 당내에서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혁신안이 실제로 처리되기 어렵다는 회의론과 함께, 논의를 차기 지도부로 넘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 이후에는 혁신 동력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성훈 원내 수석대변인은 “(의총에서)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혁신위원장이 먼저 외부에 혁신안을 발표한 데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혁신안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대외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이 나타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위원장이 제출한 혁신안은 완성된 안이 아니라, 당내 혁신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발제문 수준으로 활용해 달라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혁신안은 빠르게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