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은행 닮은 코인 '대출'…국내는 중개형, 해외는 디파이로 진화 중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코인 담보 대출(렌딩)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오케이엑스 등 주요 거래소들이 선물 거래 등 파생상품을 운영하는 가운데, 대출 기반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낸스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더(USDT) 등 주요 암호화폐를 담보로 즉시 대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용평가 없이 유연형 또는 고정금리형 조건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같은 담보 자산으로 ETH와 BTC를 각각 빌리는 다중 포지션 구성도 가능하다. 포지션별로 담보인정비율(LTV), 마진콜, 청산 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2023년 7월 SEC(증권거래위원회)와의 법적 분쟁으로 중단했던 비트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를 올해 초 다시 개시했다. 이번에 재도입된 대출 서비스는 디파이(DeFi) 프로토콜 '모포(Morpho)'와 통합돼 중앙화된 개입 없이 자동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코인베이스를 통해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하면, 해당 자산은 'cbBTC(Coinbase Wrapped BTC)'로 전환돼 모포의 스마트 콘트랙트(자동 실행되는 디지털 계약)에 예치된다. 대출금은 유에스디코인(USDC)으로 지급되며, 만기일 없이 담보인정비율 86% 이하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초과할 경우 자동 청산과 위약금이 부과된다.

한편, 2022~2023년 무렵 SEC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하며, 중앙화된 대출·예치 서비스에 대해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다. 당시 코인베이스의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뿐 아니라 블록파이(BlockFi), 셀시우스(Celsius)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다수는 서비스 중단 또는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번 코인베이스의 재진입은 당시 CeFi(중앙화 금융) 방식에서 벗어나, 디파이 기반 구조로 법적 위험을 줄이려는 전략적 변화로 해석된다.

해외 거래소는 사용자가 직접 담보 조건과 대출 구조를 설정하고, 스마트 콘트랙트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LTV(담보인정비율)를 관리하거나 자동 청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디파이 연동 및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 통제권과 투명성 측면에서 국내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 금융사인 JP모건체이스도 가상자산 기반 담보 대출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분을 담보로 활용한 대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상자산이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레버리지·신용 공급 등 전통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는 흐름에 기존 금융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렌딩 서비스는 여전히 거래소가 이용자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중개하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은 투자자가 빌린 코인으로 추가 매수에 나설 수 있어 사실상 레버리지 효과를 내지만, 실제 대출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자산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리드는 “코인 빌리기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레버리지 상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렌딩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치 기반 대출 구조'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이 경우 사실상 은행과 유사한 구조가 되기 때문에, 향후 금융당국이 이를 어떻게 규정할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