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中企 구독사업, 초기 자금부담·해지율 관리·ESG 이슈 해소해야

현대아이티의 스마트보드 구독 모델 '더 넛지 1260' (사진=더 넛지 1260 홈페이지)
현대아이티의 스마트보드 구독 모델 '더 넛지 1260' (사진=더 넛지 1260 홈페이지)

넷플릭스·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국한했던 구독 모델이 대형 가전까지 적용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과 기업간거래(B2B)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큰 비용을 일시 부담하기 어려운 개인은 물론 기업에 이르기까지 정기 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모델이 초기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독 모델을 비즈니스 모델에 새롭게 도입한 중견·중소기업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고객 접점 확대'와 '락인 효과'를 꼽는다. 그동안 전문 렌탈기업을 거쳐 자사 제품을 공급했지만 구독 비즈니스로 고객과의 직접 접점을 확보하게 돼 고객 추가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서비스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추가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자연스러운 락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다만 구독사업 경험이 없는 중견·중소기업이 직접 구독 프로그램을 설계해 도입하는 것은 아직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여겨진다. 구독사업의 성과 핵심이 해지율 관리인데, 해당 기업의 구독 제품·서비스 성격과 기업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가전 구독의 경우 계약자 신용등급을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정수기·화장품 등에서 오랫동안 렌탈사업 경험을 쌓아온 기업의 경우 고객 신용등급 외에 내부에 축적한 다양한 지표 분석과 사업 경험이 해지율을 관리하는 핵심 노하우로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구독사업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 특히 관련 전문인력을 대거 투입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구독사업 진입·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동안 외부 렌탈 전문기업에 자사 상품을 맡겨 판매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구독사업 초기에 드는 대규모 자금은 중소·스타트업이 쉽게 구독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운 요인이기도 하다. 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매출이 발생하지만 이는 기업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로 활용되지 못한다. 결국 대기업이 아닌 이상 고금리로 자금을 융통해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가전구독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제조사의 경우 고객 해지에 따라 반환된 제품의 수명주기 문제도 추후 ESG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가전 구독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중도 해지율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리퍼브 제품 판매, 리퍼브 부품 활용 등 더 적극적인 제품 운영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구독 계약이 조기·중도 해지된 제품에 대해 각 가전 제조사는 일괄 폐기, 정비 후 중고 판매 등 제각기 다른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직접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거나 리퍼브 시장으로 제품이 유통되는 것에 대해 브랜드 가치 저하 문제로 꺼리는 경향이 크다”며 “계약이 조기·중도 해지된 제품을 그대로 폐기할 경우 감안해야 하는 환경문제나 비효율 등을 고려해 재활용 부품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