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사망 후에 참전 사실 알아
“평생 정신 질환 앓았다” 강조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아들이 러시아군에 자원입대해 전장에서 사망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중재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에게 레닌 훈장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훈장을 줄리앤 갈리나 CIA 디지털혁신 부국장에게 전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이 갈리나 부국장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레닌 훈장은 소비에트 정권을 세운 블라디미르 레닌의 이름을 딴 훈장으로, 공직의 공로를 인정해 주어진다. 옛 소련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던 영국 킴 필비 등 고위급 정보요원들에게 수여된 바 있다.
CBS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CIA 고위인사의 아들이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위트코프 특사와의 면담에서 미국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갈리나 부국장의 아들 마이클 글로스(당시 21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1년 만인 2023년 9월 러시아군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셀카 사진과 함께 전쟁을 “우크라이나 대리전”이라고 부르며 러시아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글로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최전방에 투입됐다가 지난해 4월 전사했다.
글로스 아버지이자 갈리나 부국장의 남편인 래리 글로스는 당시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마이클이 러시아로 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은 그가 사망한 뒤에 알았다'면서 그가 평생 정신 질환을 앓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송환을 기다리면서 (러시아의) 누군가가 글로스의 어머니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아내 지렛대로 쓸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우려했다.
다만 러시아는 글로스의 유해를 송환할 당시까지 그의 어머니가 CIA 고위급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