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업계 “모태펀드 5조·연기금 투자 허용” 촉구…'벤처 4대강국' 대책에 반영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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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벤처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해법으로 모태펀드 예산 확대와 연기금·법정기금 활용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투자 재원을 획기적으로 넓히지 않고선 현 정부의 '벤처투자 40조원 시대' 청사진은 공허하다는 지적이다. 연내 발표될 정부의 '벤처 4대 강국 종합대책'에 이 같은 투자 확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길지 주목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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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 벤처업계 주요 협단체들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모태펀드 신규 예산 확대와 법정기금 의무 투자 등의 정책 제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모태펀드 신규 출자 예산을 최소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모태펀드 예산은 2021년 1조4300억원에서 2023년 6800억원으로 급감한 뒤, 올해 1조42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태펀드 신규 예산 <출처:벤처캐피탈협회>
모태펀드 신규 예산 <출처:벤처캐피탈협회>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공공자금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투입하면 벤처캐피탈(VC)이 이를 바탕으로 자펀드를 결성하고, 여기에 민간 자본이 매칭돼 투자 시장이 확장된다. 공공자금이 많을수록 민간투자 유입도 확대되는 구조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정부가 제시한 2030년 40조원 목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해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한 펀드 결성액은 약 2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민간부문과 비교하면 5조7000억원가량 적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4년째 모태펀드 신규 예산이 제자리걸음”이라며 “벤처 투자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태펀드가 확대되어야 민간 자금이 뒤따라 들어오고 시장 전체가 커진다”며 정책금융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모태펀드 외에도 새로운 자금줄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허용하고,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전체 법정기금 운용 예산의 5% 이상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직급여법 개정안'을, 6월 박정 민주당 의원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여기에 김태년 의원도 유사 법안을 준비 중이어서 입법 논의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1400조원에 달하는 법정기금 중 일부만 벤처에 투자돼도 연간 수십조원의 공공 모험자본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는 “법정기금은 현재 연 2%대 수익률에 머물고 있지만, 모태펀드 자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에 달한다”며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고려해볼 사안이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벤처투자 확대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지난주 국정기획위 국민보고대회에서도 “연간 12조원 수준인 벤처투자를 2030년까지 4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40조원 목표는 결국 재원 확충 여부에 달려 있다”며 “모태펀드 확대와 연기금 투자 허용이 현실화하면 민간 자본도 다시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