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는 교육을 혁신하는 교육리더를 만나, 현재와 미래를 듣는 '대담, 교육리더를 만나다' 코너를 신설했다. 에듀플러스를 총괄하는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가 질문자로 나선다. 첫 번째 만나는 교육리더는 임태희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이다. 2022년 7월 취임해 경기도 교육은 물론,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고 있다. 임 교육감을 만나 교육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경기도교육감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교육 방향은.
▲교육감 취임 후 3년간 일관되게 강조한 교육철학은 '교육의 본질 회복'이다. 우리 교육은 지나치게 입시 경쟁에 매몰돼 학생들은 서로 경쟁의 대상이 되고, 개개인의 삶과 성장은 소홀히 다뤄졌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삶의 주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도록 인성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현실은 정답을 외우고 점수를 올리는 훈련에만 치중해 있다. 이를 바꾸는 것이 교육감 임기 중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방향이라 생각했다. 경기교육은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해 '자율·균형·미래' 3대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학생 중심 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다.
-경기도교육감을 맡은 이후, 대표 성과를 꼽는다면.
▲학교를 중심으로 공교육의 외연을 넓히고, '누구나·언제·어디서나 공정하고 공평한 배움'을 위해 미래형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정책 개선을 넘어 미래를 향한 교육 대전환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먼저 자율과 책임으로 공동의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했다. 학교 자율 과제와 총액 교부 예산제도를 통해 학교 스스로 특성과 여건에 맞게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인 '경기공유학교'를 통해 학교 안팎과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학생의 배움을 넓혔다. 시공간 제약을 넘는 '경기온라인학교'를 열어 모든 학생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고교학점제 대비 온라인 수업 기반도 마련했다.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AI)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도 개발했다. 학생 개별 진단에서 평가, 피드백까지 모든 과정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도 개발해 평가 혁신도 모색한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대입제도 개편이란 화두를 던진 것도 큰 성과라 생각한다. 미래 교육을 위해 대학입시 제도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개발 배경은 무엇인가. 또 학교 현장에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이 시스템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다. 학생 개개인의 사고 과정과 표현 역량을 기르는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서·논술형 평가는 교사의 채점 부담, 공정성 시비, 평가 시간 부족 등 이유로 충분히 운영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AI 자동 채점 시스템을 개발했다. 교사가 설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AI가 먼저 학생 답안을 채점하고, 교사가 다시 검토·보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실제 운영 결과 AI와 교사 간 채점 일치율은 95%를 넘었으며, 학생 30명 분량을 채점하는 데 4~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채점 시간은 크게 줄었고, 교사는 수업 개선과 학생 지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기 표현력과 논리 전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초등학교까지 운영한다. 2026학년도에는 전 학년·전 교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아가 수행평가 개선, 대학입시 제도 개편, 공정한 교육 기회 제공 등 정책과 긴밀히 연계해 운영할 방침이다.

-최근 수행평가 제도 개선을 위해 학교 현장 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수행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은.
▲수행평가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평가하고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재 취지가 왜곡되고 내신 성적 줄 세우기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평가 기준이 교사마다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학생부와 연계되면서 사교육을 부추긴다. 지나치게 많은 평가 횟수와 중간·기말고사 등 특정 시기에 몰려 있고, 과중한 성적 반영 등으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이 늘고 있다. 특히 수업 중 평가임에도 수업 전 준비로 학생들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교사들은 채점과 피드백 등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과제는 부모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아 평가의 공정성 우려까지 낳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설문조사와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수행평가의 양, 평가 시기, 평가 기준의 공정성, 과목별 특성 고려 등 교육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했고, 2026학년도부터 수행평가 제도를 단계적으로 전면 개선할 예정이다. 수행평가 횟수를 줄이고, 중간·기말고사 등과 평가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수행평가 내신 성적 반영 비율 완화, 과목 특성과 교사 평가 자율성 확대, 서·논술형 평가 질적 제고, 암기식·형식적 평가 지양, 실제 학생 성장을 위한 평가 방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에듀플러스][대담, 교육리더를 만나다]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교육개혁 드라이브를 걸다…“수행평가 개선·대입제도 개편 추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03/news-p.v1.20250903.a286dbaa7f674ab68e7f51c71dc4244f_P1.png)
-수행평가 제도 개선과 관련해, 대입제도 연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입시 제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의 입시제도는 학교 교육을 왜곡시키고, 교육청이 추진해온 수많은 유·초·중등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은 입시가 바뀌어야 교육이 달라지고, 대한민국 미래가 열린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2032 대입 개혁안' 핵심은 공정한 평가 체제 확립이다. 내신과 수능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해 학생의 문제 해결력과 창의성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특히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AI·교사·전문평가교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평가 구조를 도입한다. 아울러 형식적인 영어 듣기평가는 폐지하고, 실제 활용 능력을 중시하는 실용 언어 평가로 바꾸고자 한다.
이번 개혁안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를 거쳐 2032학년도 대학입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안 설명을 마쳤고, 이어 국가교육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매듭지을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하이러닝은 현장 교사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국 확대에 관한 생각은.
▲2022년 시범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는 도내 대부분의 초·중·고교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교사는 93.1%, 학생은 90.6% 가입률로 실질적 수업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하이러닝에는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도 탑재해 학생의 성장 과정 중심 평가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교사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수업 자료와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를 플랫폼 내에서 공유·재구성할 수 있어,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와 수업의 질적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이러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것은 예산과 교육 콘텐츠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개별 교육청에서 비슷한 플랫폼을 각각 만드는 것 보다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올해부터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관한 효과적인 지원 방안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교육과정, 제도적 지원, 기반 조성의 측면에서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학업 계획을 수립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을 제공한다. 학생이 개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공동교육과정 운영, 경기공유학교의 학교 밖 학점인정, 경기이음온학교의 온라인 수업 등을 확대 운영한다. 학생의 학업 성취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책임교육 체제도 구축했다.
제도적 지원은 교과 순회 전담 교사 운영을 정착하고,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거점 학교에 교사를 배치했다. 교원의 역량 강화와 고교학점제 운영에 적합한 학교 환경과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고교학점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자원 활용 지역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에 관한 생각은.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교육여건, 특히 대학입시 제도와의 괴리를 우려하며 IB 도입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입시제도와 연계 문제는 제도 개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IB 교육이 보여주는 학습과 평가의 모습은 대학 입시 제도 개편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30개를 시작으로 현재는 297개 학교에서 IB 교육을 연구하고 적용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 역량이다. 국제공인 전문 강사, 채점관, 대학 연계 IB 전문가 양성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평가 전문성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와 협력해 IB 프로그램 운영 효과성을 종단적으로 연구하며,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IB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다.
입시제도의 벽을 이유로 IB 교육 확산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IB가 보여주는 학습과 평가의 철학은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한다는 부분에서 대학 입시 제도 개혁과도 맞닿아 있으며, 학생 중심 교육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AI 시대에 맞는 교육 방향은.
▲AI는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다. 경기도교육청은 AI 교육을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 편향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이해하고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도록 AI 윤리 교육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가짜뉴스나 유해 콘텐츠를 판별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휴식 알림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시범 운영 중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해·활용·개발하는 창의적 역량과 더불어, 디지털 사회 속 시민으로서 기본 인성과 책임감을 갖추도록 디지털 시민교육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사 연수도 확대해 AI를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와 영산대 경영학과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 객원연구원, 청와대 경제비서실 금융담당 행정관, 제16~18대 국회의원,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 제7대 국립한경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제18대 경기도교육감을 맡고 있다.
정리=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