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이 MRI로 청신경 위축 정도를 정량화해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과 성인 청각신경병증(ANSD)을 임상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청신경이 완전 퇴화하기 전에 조기 인공와우 수술을 적용하면 언어 이해 능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각신경병증은 청신경에서 뇌로 이어지는 신호 전달 경로에 장애가 생겨 어음인지도(말소리 식별)가 청력 수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달팽이관 유모세포 손상으로 소리가 작게 들리는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과 발병 기전이 달라 보청기 증폭 이득이 제한적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과 수술 시점 판단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연구팀은 2017~2023년 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40~65세 환자 61명의 임상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성인 청각신경병증 환자는 질환 초기부터 MRI에서 청신경의 유의한 위축이 관찰됐고, 특히 시냅스 후부(Postsynaptic) 손상이 있는 경우 위축 정도가 더 심했다. 청력검사상 유사해 보이는 두 질환이 MRI로 본 청신경 형태·손상 위치에서 뚜렷이 구분된 것이다.
또 청신경 위축이 상당히 진행한 경우라도 신경이 완전 퇴화하기 전에 조기 인공와우를 시행하면 언어 이해 능력이 의미 있게 호전될 수 있음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성인 ANSD 환자를 조기 선별해 불필요한 보청기 착용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고, 적기 수술로 이어지게 하는 영상 기반 진단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진행성 청각신경병증은 전체 난청의 약 10%를 차지해 일반 난청보다 이른 시점의 인공와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성과는 국제학술지 Otology & Neuro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