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이 발상 전환으로 3D 프린터로 빈 통로 구조를 먼저 제작한 뒤, 전도성 잉크가 모세관 현상으로 통로를 저절로 채우게 해 전극·배선을 만드는 '맞춤형 3D 뇌 신경 칩'을 완성했다. 이번 성과는 뇌과학·뇌공학 연구 플랫폼 설계 자유도·활용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남윤기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3D 미세전극 칩'을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체외 배양칩 형태로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3D 미세전극 칩 제작은 반도체 공정을 기반으로 해 입체적 설계 자유도가 제한되고 높은 비용이 요구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3D 프린팅 기반 제작 기술이 제안됐으나 '전기 전도성 물질 패터닝-절연체 도포-전극 오프닝' 순서를 따르는 기존 방식으로는 다양한 체외 배양 신경네트워크 구조를 위한 입체적 설계 자유도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의 뛰어난 입체적 설계 자유도와 출력물을 절연체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성에 착안, 기존 공정 순서를 거꾸로 뒤집은 방식을 도입했다. 체외 배양용 3차원 신경네트워크 모델을 보다 자유롭게 설계하고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정법을 확립했다.
먼저, 3D 프린터를 활용해 미세 터널이 형성된 속이 빈 3차원 절연체를 출력했다. 이 구조물은 전도성 물질이 3차원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3차원 신경 네트웍을 제작하는 지지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후 전기 전도성 잉크를 모세관 현상으로 내부의 미세 터널을 채우면, 복잡한 입체 배양 지지체 구조물 내에 미세전극을 보다 자유롭게 배치한 3차원 지지체-미세전극칩을 제작할 수 있음을 선보였다.
새로운 플랫폼은 프로브형, 큐브형, 모듈형 등 다양한 형태의 칩 구현이 가능하고, 그래파이트·전도성 폴리머·은 나노입자 등 여러 재료 기반 전극 제작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3차원 신경 네트워크의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다채널 신경 신호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 신경세포 간 동적 상호작용과 연결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이번 연구는 3D 프린팅과 모세관 현상을 결합해 신경칩 제작의 자유도를 크게 확장한 성과”라며, “앞으로 뇌신경 조직을 활용한 기초 뇌과학 연구뿐 아니라 세포 기반 바이오센서, 바이오컴퓨팅 같은 응용 분야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윤동조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온라인판(6월 25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글로벌 기초연구실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