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80조원' 생산적금융 청구서에 금융권, 자산 배분 고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0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지역 업종 규모별 산업계 대표 등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금융 수요자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실물경제와 금융의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0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지역 업종 규모별 산업계 대표 등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금융 수요자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실물경제와 금융의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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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금융지주가 이르면 연내 개정될 위험가중자산(RWA) 관련 규제 완화를 앞두고 계열사별로 신규 투입할 생산적 금융 재원 자산 배분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금융지주가 보유한 주식과 펀드, 비금융 계열사 위험가중치가 대폭 감소하면서 신규 투자 여력이 크게 늘어났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사별로 변경될 자본비율에 대한 내부 산정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KB금융은 오는 30일 각 계열사별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협의회를 통해 생산적 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자산 배분 등 후속 절차가 이뤄진다. 여타 금융지주 역시도 속속 유사한 협의체의 가동을 준비 중이다.

앞서 금융위는 이달 부동산에 대한 은행권 위험가중치 기준을 강화하고, 주식이나 펀드 등에 대한 건전성 부담을 낮춰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첨단산업 등 분야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올리고, 주식 보유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현행 400%에서 250%로 내렸다. 이를 통해 최대 31조6000억원 생산적 금융 투자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투입 분야에 대한 대략적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연내 조성될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가운데 지분투자, 인프라 투·융자, 초저리대출 비중을 각 50조원씩을 투입하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각 금융사들도 큰 틀에서 정부 배분 계획에 따라 확보된 여유 자본을 운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등을 종합하면 금융권이 전액 기업대출로 여유자본을 운용할 경우 최대 80조원까지 여력이 생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늘어나는 자본비율이 전부 기업대출로 간다고 가정하면 80조쯤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자기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에 대한 고심에 한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31조6000억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을 언급하면서, 적어도 당국이 명시한 금액 이상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고민은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RWA 개편에 따라 기존 400%가 적용되던 비상장기업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RW)는 투자 방식에 따라 100%에서 250% 정도까지 낮아진다.

은행보다는 계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으로 자본을 운용해야 하는 은행업 특성상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벤처펀드에 마냥 출자를 늘릴 수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정부는 BDC에 재정 일부를 투자하는 동시에 일반 국민 투자금 역시도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다. 재정 투입 여부에 따라 BDC에 출자하는 자금은 RW가 100% 적용되거나 아예 위험자산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은 기업대출을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대출의 경우 각 은행별로 내부등급법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위험가중치(RW)를 산정한다. 이에 따라 통상 40% 수준의 RW가 적용된다. 같은 자본으로 2.5배 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29일 열리는 금융위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기업대출을 비롯한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평가가 용이한 기업대출이 가장 손쉬운 생산적 금융 확대 방식이겠지만, 그렇다고 대출만 늘려서는 정부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시종 강조하고 있는 만큼 주식이나 펀드 익스포져를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가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최대 80조원' 생산적금융 청구서에 금융권, 자산 배분 고민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