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 이어 의약품·반도체까지 관세 공세…우리정부 대응법 고민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대응 국제연대행동 조직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가면을 쓰고 미국의 대외 정책과 그에 협조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대응 국제연대행동 조직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가면을 쓰고 미국의 대외 정책과 그에 협조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의약품과 반도체 등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를 잇따라 예고했다. 무역합의를 맺은 나라와 아닌 나라를 차등 대우하는 게 골자다. 자국에 유리한 무역합의 타결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인하와 맞바꾸기로 한 3500억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우리나라 대미 투자를 “선불(up front)”이라고 못 박는 등 우리나라에 불리한 무역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말 사이 발표한 새로운 관세 부과 정책을 종합하면, 미국과 무역합의를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 불리한 요소가 많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의약품 관세는 100%다. 그는 “미국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대해 10월 1일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EU·일본처럼 미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한 국가는 기존 합의대로 의약품 관세 상한이 15%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EU는 지난 8월 공동성명에서 의약품·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상한을 15%로 확정했고, 일본 역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최종 문안 서명에 도달하지 못한 탓에 당분간 100% 관세 적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 대미 의약품 수출 규모는 약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전체 대미 수출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자동차에 이어 의약품에서도 경쟁국 대비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게 됐다.

다음 타깃은 반도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생산 물량과 해외 공장에서 수입한 물량을 1대 1로 맞추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지만, 미국 내 생산 물량과 해외 생산 물량을 1대 1로 맞추라는 요구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상무부도 전자제품에 내장된 반도체 칩 개수를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전동칫솔부터 노트북, 대형 가전까지 광범위한 전자기기가 대상이 될 수 있어 대미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이 일본·EU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지난 4월부터 반년 가까이 25% 고율 관세를 물고 있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고충이 심화하는 가운데 의약품과 반도체, 전자기기 등 다른 업종에서도 관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아세안(ASEAN) 경제장관회의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대미 투자 패키지가 상업적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을 갖춘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며 재무·통상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 중인 사안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