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배터리 화재 사고로 우체국택배를 포함한 정부 업무 시스템이 일부 마비된 가운데 지난주 민간 택배 현장에서도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택배 물량이 급증한 상황에 사고가 겹쳐 일어나며 더 큰 혼란으로 번질 뻔했던 셈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택배 업계의 배터리 운송·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8일 오전 로젠택배 의왕과천 터미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6일 대전 국정자원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 만이다.
사고로 인해 배송을 앞둔 일부 택배 상품과 택배 차량에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택배 관련 피해 규모는 백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캠프 바깥 쪽 외부 적재 시설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다행히 이날 오전 비가 내려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화재 원인은 리튬 배터리 발화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서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 이온 충전지 여러 개가 불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로 국가 시스템이 마비된 지 이틀 만에 배터리 관리에 의한 사고가 또 발생한 셈이다. 날씨와 외부 적재 장소가 아니었다면 더 큰 화재가 발생해 택배 현장의 큰 혼란을 초래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택배 내용물이 중형 배터리라는 사실이 숨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로젠을 비롯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는 배터리 배송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용량이 160Wh 이하인 배터리에 한해서만 배송하고 있다. 휴대폰 충전 등에 쓰이는 2만mAh 용량의 보조배터리 1~2개 수준이다.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등 운송 장비용 배터리는 애초에 집합 금지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롯데 또한 100Wh 이하 건전지 외에는 엄격히 배터리 배송을 금지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로젠의 경우 물성 자체가 CJ, 롯데, 한진 등에 비해 무거운 물건을 많이 취급한다”며 “현장 기사가 배터리인지 모르고 집화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와 같이 사소한 관리 부실 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배 현장에서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커머스 활성화로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건수가 100건을 넘어선 가운데 배터리 화재는 큰 재산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택배를 주로 다루는 중형급 택배사의 경우 중량물을 많이 다루다 보니 걸러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이 보편화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자신문은 로젠택배 측에 구체적인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