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콘텐츠산업이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콘텐츠산업백서'에 따르면 2023년 콘텐츠산업 매출은 162조3000억원, 수출은 151억달러(약 21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매출과 수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을 견인한 핵심은 게임·방송·음악이었다. 게임은 전체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모바일과 PC·온라인 게임 모두 안정적인 해외 시장을 확보한 데다, 글로벌 퍼블리셔와의 협업을 통한 현지화 전략이 성과를 냈다.
방송은 광고 매출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뉴미디어 플랫폼 제작·유통 확대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갔다. 대형 제작사는 글로벌 OTT와의 합작을 늘려 공동제작 체계를 구축했고, 포맷 수출과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잡았다.
특히 방송산업에서는 매출 구조의 전환이 뚜렷했다. 2023년 방송 매출은 25조4000억원으로, 지상파·케이블TV 광고 수익이 감소한 반면 인터넷영상물 제공업과 방송영상물 제작업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전통 광고 중심 구조에서 제작·유통 다변화로 옮겨가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K콘텐츠 산업 성장에 산업 고용 규모도 확대됐다. 2023년 콘텐츠산업 종사자는 69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다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해 서울·경기 지역 매출이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지역 기반 콘텐츠 육성과 거점기관 확충을 통해 균형 발전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정부는 △투융자 공급 확대 △국가별 맞춤형 수출 전략 △AI·메타버스 대응을 2025년 핵심 정책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K-콘텐츠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협업을 강화하고, 게임·영상·웹툰 등 전략 장르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산업 전환기에 맞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백서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불법 유통, 외교·통상 마찰 등 민간 기업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짚었다. 온라인 불법 유통 차단, 국제 협력 같은 과제는 정부가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방송·음악·웹툰 등에서 불공정 계약과 회계 불투명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정부가 표준계약서 법제화, 권익 보호 장치 마련, 글로벌 협업 촉진 등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