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수출 실적이 9월말 기준 13조9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8조6100억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연말까지보면 2021년 기록한 역대 최대치 15조4400억원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공개된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약 99억7920만 달러(약 13조9000억원)다. 이미 지난해 연간 총액(61억3300만 달러)을 뛰어넘었다.
2021년 109억8962만 달러(약 15조 4400억원) 기술수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투자 위축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최고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기술수출은 상반기부터 굵직한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원천기술을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 메드이뮨에 13억5000만 달러(약 1조9553억원) 규모로 수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GSK와 뇌혈관 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한 계약을 체결하며 약 30억2000만 달러(4조24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기술수출을 이끌어냈다.
올릭스의 일라이 릴리 계약(6억3000만 달러), 알지노믹스(14억 달러), 에이비온(13억2500만 달러) 등이 가세해 계약 총액을 끌어올렸다. 또 아리바이오·소바젠·보로노이 등 신흥 바이오 회사들도 합류하면서 기술수출 저변이 넓어졌다. 최근에는 한미약품이 길리어드에 '엔서퀴다'에 대한 345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구체적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계약들도 다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연말까지 총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성과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과 기술수출 경험이 바탕이 됐다. 또 글로벌 빅파마들이 얼리 스테이지 연구는 M&A로 기술이전을 하려는 트렌드가 반영됐다. 중국이 의약품 기술수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술수출도 180% 급증했으며 일라이릴리와 GSK가 그 중심에 있다. 해외 대형 제약회사들이 국내 기업을 찾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지속적인 기술수출을 위해선 바이오 벤처 투자 시장의 어려움이 해소되고 정부 규제완화, 투자가 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금 성과는 과거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R&D가 계속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후속 회사들도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하는데, 투자시장의 위축이나 상장유지 조건 등 규제가 빨리 풀어야 가능하고 생태계를 시급하게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