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생산 라인 재편에 착수했다. 전기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는 커져 ESS 배터리 생산 확대에 나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기차와 ESS는 배터리 용량과 규격이 다르고, 적용되는 소재 역시 상이한 만큼 생산 라인 개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은 라인 전환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협력사들과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난징 공장은 생산능력 기준 7~8기가와트시(GWh)를, 브로츠와프 공장은 3~4GWh 규모를 ESS용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난징에서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브로츠와프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만 만들고 있다. 난징은 라인 전환을 통해 ESS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브로츠와프에서는 이르면 올해부터 ESS 배터리를 제조하는 게 골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해왔다. 특히 '탈중국' 정책으로 기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ESS 배터리 생산을 확대했다.
회사는 북미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올해 말 17GWh에서 내년 30GWh 이상으로 늘릴 방침인데,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ESS 배터리 증산을 추진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 체계를 바꾸는 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증가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으로 글로벌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ESS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달러에서 2035년 800억달러로 2배 성장이 예상된다.
블랙스톤과 구글은 각각 100억파운드와 150억달러를 투자해 영국과 인도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과 아시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 ESS용 배터리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전기차 수요 둔화도 ESS용 배터리 사업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만큼 배터리 실적을 방어하려면 ESS 사업 확대가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공장 ESS용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라인을 LFP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ESS 중장기 수요 대응과 함께 정부 주도 ESS 중앙계약시장 2차 사업을 따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업 규모가 1조원대인 ESS 중앙계약시장 2차 사업자 선정은 연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수요와 시황을 주시하면서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