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반도체 공정 간 결합'을 인공지능(AI) 대응 전략으로 내세웠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증착·식각·검사 등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박광선 어플라이드코리아 대표는 21일 열린 전자신문 주최 '테크서밋'에서 회사의 미래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반도체 제조에 여러 공정을 서로 통합하는 혁신이 골자다. 박 대표는 “일례로 증착과 식각 등 제조 과정에서 앞·뒤 공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최적화로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것이 어플라이드 전략”이라고 밝혔다.
증착은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박막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식각은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 회로를 구현한다. 서로 다른 공정으로 취급되지만 연관성이 매우 높다.
박 대표는 “특정 공정의 결과나 결함을 잘 관찰하고 다른 공정에 피드백을 줘야 공정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며 “어플라이드는 최근 이빔 등 계측·검사까지 영역을 확대한 통합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략은 어플라이드라서 가능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어플라이드는 반도체 제조의 필수 공정 중 노광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공정 장비를 제품 포트폴리오로 갖췄다. 앞서 다양한 공정을 한번에 제공, 생산성을 높이는 '플랫폼' 형태의 장비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첨단 패키징까지 저변을 넓혀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시와 협력,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개발에도 성공했다. 반도체(다이)나 웨이퍼를 구리로 직접 연결하는 장비로,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파트너와의 공동 혁신 사례”라며 “서로 연결된 공정을 통합 시스템으로 구현해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어플라이드는 내년 미국에서 가동할 '에픽 센터'로 이같은 공동 혁신 성과를 이어갈 계획이다. 센터는 반도체 제조사 등 고객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과 학계, 연구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어플라이드 기술 개발 허브가 될 예정이다.
어플라이드는 이같은 공동 혁신이 AI 시대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AI는 저전력·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데, 어플라이드 단독으로는 실현이 어려워서다. 반도체 생태계 간 상호 협력이 AI 확산에 대응할 수단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신기술 개발 뿐 아니라 이를 빠르게 상용화하는 것도 AI 시대에서 요구되는 경쟁력”이라며 “공정 통합과 협력을 통한 공동 혁신이 어플라이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