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가 연료비·전력 구매 비용 급등과 전기요금 조정 지연으로 인해 누적적자 28조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송전망 확충의 한계에 봉착했다. 시대적 변화와 시장 원리를 반영해 조속히 전기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적자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이 가장 크지만, 정부의 정치적 판단으로 요금 정상화가 지연된 것도 주요 원인”라고 말했다.
한전는 현재 부채가 205조원에 달하고 이자 비용만 하루에 120억~130억원씩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동철 한전 사장은 “현재까지 재생건전화 계획 목표 달성을 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그간 7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조정 역할을 해줬지만 지금 같은 영업이익으로 누적적자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민생과 물가, 산업계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이제는 시장 원리에 기반한 합리적 요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의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시장 원리와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공정한 요금체계, 그리고 책임 있는 부채관리 로드맵을 정부와 한전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 체계는 1980년대에 설계된 낡은 구조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가격 다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요금제의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면서 “송전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재원 확보 역시 한전만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독립기금이나 특별회계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기업이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직접구매제도(PPA)의 공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전력직접구매제도로 한전과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용 기업에 전력망 이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제도를 폐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전력직접구매제도는 당초 취지가 전력시장 경쟁을 촉진시켜서 부당한 인상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면서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했던 2021~2023년에는 한전이 손실을 감내하며 기업 부담을 덜었지만, 지금은 연료비 안정기에 기업들이 직구제도를 활용해 시장이익만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면서 “국제 연료가격이 전기요금에 즉시 반영되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부채 감축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KDN 민영화 방안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득구 의원은 “KDN은 단순한 자회사가 아닌, 공공 전력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 기업이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공기업”이라면서 “매각은 일시적 재무 개선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전력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