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 홍콩 예술의 향연으로 가을을 물들었다.
9월 2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열린 ‘홍콩위크 2025@서울’이 한 달간의 여정을 마쳤다. 무용·음악·영화·만화·시각예술·패션 등 14개 프로그램이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며, 홍콩의 예술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폭넓게 소개했다.
공연과 전시는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으며, 약 54만 명의 방문객이 참여해 홍콩 예술을 직접 체험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과 홍콩이 예술로 교감하고 협력하는 국제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홍콩위크 2025@서울’은 7월 25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우관중: 흑과 백 사이' 전시를 사전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홍콩예술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작 17점을 통해 수묵화와 유화, 추상과 사실을 넘나드는 우관중의 작품 세계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본행사는 9월 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으로 막을 올렸다. 1960년대 홍콩 누아르 감성과 현대적 안무, 네온사인 조명이 어우러진 무대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홍콩적 감수성과 세계적 감각이 공존한 무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9월 30일 홍콩공연예술대학교와 성균관대 무용학과의 국제교류프로그램을 시작으로, 10월 4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홍콩 무용 무대가 이어졌다.
10월 17~19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라보라테리 아츠의 '파지옥: 한국편'이 공연됐다. 홍콩의 전통 도교 의식 ‘파지옥(破地獄)’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안무가 쩡징후이(Terry Tsang)는 무형문화유산과 현대 안무를 결합해 ‘홍콩적 정체성’을 탐구했다.
10월 18~1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홍콩무용단의 대형 창작무용극 '24절기'가 절기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춤과 영상으로 표현했다. 예술감독 양윈타오의 연출 아래 한국 창작진이 공동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동양의 시간관을 시적으로 구현한 무용시”로 평가받았다.
10월 24~25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는 홍콩현대무용단이 <미스터 블랭크 2.0>으로 첫 내한 무대를 선보였다. 무용과 영상, 디지털 창작을 결합한 이 작품은 ‘관찰자와 관찰당하는 자’의 경계를 허물며 감시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혁신적 무대로 주목받았다.
음악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10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홍콩 차이니즈 오케스트라가 옌후이창의 지휘 아래 소리꾼 김수인, 오르간 연주자 박준호, 생황 연주자 천이웨이, 어린이합창단 위자드콰이어와 협연해 국악과 중국 전통음악의 선율을 조화롭게 엮었다.

10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휘자 리오 쿠오크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한 협연 무대로 관객을 만났다. 한국의 진은숙, 홍콩의 찰스 쾅 작품이 더해지며 두 도시의 현대음악이 한 무대에서 교차했다. 이어 연주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은 세련된 리듬과 감성적 호흡으로 완성도를 더했다. 2019년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그라모폰' ‘올해의 오케스트라’에 선정된 홍콩필은 이번 내한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다시 증명했다.
이어 10월 23일 부천아트센터에서는 아시안 현대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홍콩 피아니스트 황자정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현대음악과 전통악기를 결합한 실험적 레퍼토리로 ‘아시아의 현재’를 보여주는 무대를 완성했다.
10월 11일 난지한강공원 젊음의광장에서는 ‘꿈의 정원: 콘서트와 영화’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많은 관객이 자리를 지켰고, 조나단 웡, 박정현, 선우정아 등 K-팝과 홍콩 팝 아티스트의 무대는 뜨거운 열기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어진 홍콩 고전 영화 '가을날의 동화' 상영은 비 속에서도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10월 15~25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감성 여정–국경을 넘나드는 홍콩 영화|한국편’이 개최됐다. 1960~80년대 제작된 홍콩 고전 4편과 한국–홍콩 합작 영화 2편이 상영되었으며, 특히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67) 4K 복원판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어 10월 17~20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는 홍콩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이킹 웨이브즈: 홍콩 영화의 새로운 물결’이 진행됐다. 예매 오픈 직후 전 회차 매진된 이번 특별전은 '천장지구', '상하이 블루스' 복원판을 비롯해 국내 미개봉 화제작 등 총 10편을 상영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홍콩 영화의 흐름을 조명했다.
성수동에서는 ‘LOCAL POWER 2025: 홍콩 패션 인 서울’이 개막했다. 9월 27일 열린 패션쇼와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이어진 패션 전시에서는 홍콩과 서울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성과 로컬 아이덴티티를 주제로 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스타필드 하남에서 9월 27일부터 10월 9일까지 열린 ‘홍콩 만화 문화전’은 홍콩 코믹스의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소개하며 콘텐츠 산업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시 기간 동안 약 46만8천 명이 방문해 높은 관심을 모았다.
‘홍콩위크’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여가문화서비스부가 기획한 국제 문화 교류 축제로, 2019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광저우, 우한, 방콕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서울에서 처음 열리며, 예술을 매개로 한-홍콩 간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 달간 이어진 ‘홍콩위크 2025@서울’에는 800여 명의 아티스트와 예술인, 65개 공연 및 부대행사, 54만 명의 관람객이 함께하며 “예술로 연결된 두 도시의 미래”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한-홍콩 간 실질적 교류와 협업의 성과를 이끌어내며 공연예술 플랫폼으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홍콩위크’는 한국과 홍콩에서 ‘꿈의 정원: 콘서트와 영화’ 시리즈로 이어져, 양국의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화려한 라인업을 온라인 생중계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병창 기자 (park_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