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025] 한미, 실리 중심 신뢰·협력 강조...관세 협상도 마무리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는 한미 정상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끝)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는 한미 정상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끝)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적 신뢰'라는 기둥을 재확인하며 실리 중심 협력 틀을 이어갔다. 미국의 제조업 강화 기조와 한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고, 상호 필요성에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두 정상은 지난 8월 워싱턴DC 회담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나 경제안보 협력, 동맹 현대화 등 전방위 현안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관세 관련 직접 언급을 피했지만, 정상회담 이후 관세협상이 타결됐음을 발표했다.

양측은 한반도 평화, 원자력 협정, 제조 분야 협력 등 현안을 거론하며 상대국 역할을 부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보 의제를 먼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한국의 방위비 인상 계획을 공식화했다. 방위비 증액 발언은 단순한 미국 달래기용 제스처로 보기 어렵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가 이미 북한의 1.4배 수준에 달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한미 간 안보 분담이 불균형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 “미국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발언 역시 전통적 동맹의 '보호비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한국의 전략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핵추진 잠수함 협력을 제안했다.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잠항 능력 향상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농축기술 협의까지 언급해 사실상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정상 간 공식 의제로 끌어올렸다.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을 제한한다는 조항을 놓고 한미 간 인식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엄격히 관리해 온 민감 기술 영역에 대한 요청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제조업 부활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경주 CEO 서밋 연설에서부터 한국을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 파트너”로 지목하며 조선·AI·자동차 산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토요타의 100억 달러 투자, 미국 내 조선업 부활” 사례를 들며 한국의 직접투자 확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끝)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끝)

양국은 이날 반도체·AI·배터리 등 전략산업 전반에서 공동 연구개발과 투자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 회담 직전 체결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MOU)'에는 AI 응용, 차세대 통신, 바이오·제약, 양자기술, 우주 탐사 등 핵심 분야의 공동 실행 계획이 포함됐다. 공급망 위기 대응 협의체를 상설화하기로 한 합의도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경제와 안보의 결합'으로 평가한다. 한미가 안보 동맹을 넘어 기술·산업·경제안보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면서 동맹의 실질적 이익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 부분 합의에 도달했다. 실리를 놓고 오랜시간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결국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미투자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만 현금투자하고, 연 200억달러로 상한을 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수용 가능성이 고려된 부분이다.

양국이 '신뢰와 상호 호혜'를 기조로 협력의 틀을 유지하기로 한 점이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세부 협상에서 '투자-고용-공급망'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연계가 구체화할 경우, 한미 동맹은 군사적 범위를 넘어 경제적 실체를 갖춘 '기술동맹'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