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5〉'선장 없는 항해' 자율운항 시대 성큼…연료·인력·안전성 다 잡는다

아비커스 본사의 대형 선박 하이나스 컨트롤 시뮬레이션 모습. HD현대
아비커스 본사의 대형 선박 하이나스 컨트롤 시뮬레이션 모습. HD현대

망망대해를 배가 스스로 항해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인공지능(AI)과 라이다(LiDAR) 등 센서, 통신, 에너지, 보안 등 첨단 기술력이 총집결해 완성되는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승선 선원을 줄이면서 연료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K-조선은 자율운항 기술을 조선·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해양 산업의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선원 확보가 어려워졌고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연료 효율성 향상과 탈탄소 실현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해양 사고를 줄이는 것 역시 업계의 숙제다.

자율운항 기술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운항 기술력은 4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2단계는 선원은 승선하지만 원격 제어가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 3단계는 선원 없이 원격 제어하는 것을, 마지막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이 가능한 수준이다.

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선장과 항해사들이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HD현대
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선장과 항해사들이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HD현대

자율운항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자율운항 기술의 핵심은 사람의 시야와 판단을 대체할 수 있는 인지·판단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선박에 카메라를 비롯해 레이더, 라이다, GPS 등 다양한 센서가 부착된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와 통신 시스템을 통해 받은 기상, 해상 장애물 등 외부 환경을 AI가 분석해 충돌 회피, 항로 설정 등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때 방향타와 엔진 출력 조정도 AI가 맡는다.

자율운항 경쟁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유럽 국가들이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의 경우 콩그버스가 2020년에 자율운항 페리호의 운항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 전기 컨테이너선 '야라 비르켈란'을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이외에 덴마크, 스위스, 영국 등 국가들도 자율운항 기술력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도 자율운항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관계부처와 함께 '민관합동 한국형 자율운항 선박 실증'에 돌입했다. 또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를 통해 2040년까지 완전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하며 무인 항해에 필요한 센서, 기자재, 통합 운영 시스템 등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도 자율운항 상용화를 위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HD현대의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는 글로벌 선두권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출범한 아비커스는 경로 추정, 충돌 회피 등 연구를 기반으로 인지·판단·제어 기술력을 확보했고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개발했다. 특히 2022년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을 자율운항해 대양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비커스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실제 운항시 확인,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비커스 강남 본사에 방문했을 당시 하이나스 컨트롤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선박이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고 있었다. 선박 조타실을 연상케 하는 시뮬레이션 공간에는 항로 추적, 연료 효율, 충돌 회피에 대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또 카메라 연동을 통해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도 수시로 수집되고 있다.

선박의 인지·회피 기능에 대한 시뮬레이션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하이나스 컨트롤에 필요한 수많은 카메라와 라이다가 목적에 맞게 정리돼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를 통해 타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고 속도 등을 계산해 회피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

레저보트에 적용되는 자율운항 기술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진행되고 있다. 이곳도 레저보트의 조타석을 옮겨 놓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북미의 레저보트항의 해상 장애물까지 구현해 자율운항과 접안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아비커스 본사의 뉴보트 시뮬레이션 모습. HD현대
아비커스 본사의 뉴보트 시뮬레이션 모습. HD현대

아비커스는 레저용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로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장 큰 시장인 북미 레저보트 시장에 진출,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각각의 솔루션들이 선박 통합 관점에서 최적화되어야 하고 하이나스 컨트롤이 제어하고 판단하게 된다”면서 “선박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이나스가 할 것이다. 자율운항 선박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