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붙으면서, 공인중개사협회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의 공정 경쟁이 훼손된다면 프롭테크 업계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와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프롭테크 업계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내 중개사들의 부당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1인이 7월 공동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지정해 중개사들의 자율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세사기 가담 등 법과 제도로 관리하기 어려운 부동산 거래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 조만간 상정돼 논의될 예정이다.
협회가 법정단체로 전환되면 오히려 기존 지역 조직의 영향력이 커져 신규 중개사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을 통해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는 중개사를 배제하거나 공동중개를 거부하는 행위가 사실상 묵인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롭테크 업계는 중개사의 불공정 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33조 9에는 '단체를 구성하여 특정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중개를 제한하거나 단체 구성원 이외의 자와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단체'의 단합에 대한 단속만 금지하는 셈이다. 단독 담합이나 비공식적 배제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는 미비하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단체 담합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개인 담합 등은 공인중개사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법 위반 조사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 실제 단속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체'라는 정량적 요건을 충족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가 가능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기에 정성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사안들은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프롭테크 업계는 공정거래법이 대기업 중심의 구조로 설계돼 있어 영세 중개업자 간 담합을 규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금껏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인중개사 커뮤니티에는 현장에서 담합이 이뤄진 사례가 수차례 발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법 내 직접적 제재 근거를 명문화해야 실질적인 시장 질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항은 단체 구성에 의한 공동중개 배제만 금지하고 있어, 지역 내 유력 중개인이 단독으로 배제 행위를 할 경우 처벌이 어렵다”며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포함한 별도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해당 내용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나 아직까지 논의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전세사기나 무등록 중개 등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최소한의 조사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 불법 및 무등록 중개를 근절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담합에 대해서는 협회에서도 문제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협회가 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행정기관에 전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