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의 교육은 여전히 과거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의 배움은 본래 호기심에서 출발해 즐거움과 탐구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경쟁 중심의 사고에 갇혀 아이들을 '공부 노동자'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특정 학교 진학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낡은 신념이 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깊이 자리 잡으면서, 아이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처럼 취급되고 있다. 그 결과 스스로 배우는 기쁨을 잃고, 각자의 잠재력을 펼칠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혁신해야 할 공적 기관마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도 교육감들은 미래교육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 예컨대 AIDT(인공지능 디지털 교육자료) 기반 수업 확대,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 학교의 데이터 기반 학습지원 체제 구축 등에는 소극적이다. 반면,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집행에는 적극적이다. 학교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행정을 반복하는 모습은 우리 교육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더 이상 단순 암기나 문제 풀이가 아니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 자기 주도성 등은 미래 사회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다. 해외의 혁신 대학들은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탐구하고,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시험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에 묶여 아이들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육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고교학점제를 실질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다양한 배움의 경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입시를 위한 공부'에서 '미래 역량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하는 핵심 제도다.
![[에듀플러스]〈칼럼〉아이들을 '공부 노동자'로 만드는 교육, 이제는 끝내야 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15/news-p.v1.20251115.47b8207d79144273b31506e83a774589_P1.png)
둘째,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통해 과도한 경쟁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상대평가는 학급을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끊임없는 비교 속에 내몬다. 절대평가는 학습의 질과 성장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고교학점제와 연계되어야 그 효과가 커진다.
셋째, AI 디지털 교육을 본격화해야 한다.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 AIDT 활용 수업, 디지털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은 아이들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필수적이다. 교육청과 정부는 선심성 지원을 멈추고, 교실 혁신과 교사 전문성 강화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넷째, 국가 차원에서 대학 입시 중심의 경쟁 구조를 완화하고, 미래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인정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절대평가, AI 기반 학습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아이들의 성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교육 구조가 가능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교육위원회도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미래교육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정책들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활발히 구현될 수 있도록 정부·교육청·학교 모두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우리 교육은 더 이상 아이들을 '공부 노동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스스로 배우고 탐구할 수 있는 교육, 실패와 도전이 허용되는 안전한 교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체제가 절실하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배움의 즐거움이 살아나는 교실을 만드는 일은 부모의 책임이자 교사의 소명이며, 교육청과 정부가 짊어져야 할 역사적 책무다.
아이들을 '공부 노동자'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창의적 미래 인재로 키우는 길,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다.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edubbang@naver.com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성동고·구정고·금옥여고 등 다수 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와 학교혁신담당 팀장,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서울특별시부교육감(교육감권한대행), 서초고등학교장, 국립공주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