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6년까지 갖추려는 10나노미터(㎚)급 6세대 D램(이하 1c D램) 생산능력(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20만장)은 회사 전체 D램 생산량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상당 규모다. 삼성 D램 무게 중심이 내년 1c로 옮겨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행보는 인공지능(AI) 시장을 겨냥했다. 우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탈환 자신감이 생산능력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HBM은 엔비디아 공급에 난항을 겪어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조합으로 만드는 AI 반도체 칩은 엔비디아가 세계 1위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HBM을 제 때 납품하지 못해 D램 시장 주도권까지 약화됐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제조하기 때문에 HBM 판매가 늘어야 D램 출하도 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AI 인프라 투자로 HBM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대응이 늦어서다.
삼성전자는 주 원인을 근원이 되는 D램에서 찾았다. D램 품질이 HBM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판단, 대대적인 설계 개선에 착수했다.
1c D램은 이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최근 내부적으로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다. 수율이 약 70% 수준으로, 안정적 생산(수율 80~90%)이 임박했다. 1c D램으로 만드는 HBM4 수율도 50%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절치부심 끝에 삼성전자는 HBM4 엔비디아 공급을 확정지었다. 올 4분기부터 초도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HBM4 수요 급증이 확실시되면서 1c D램 생산능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서버·PC·모바일용 D램 수요도 삼성전자 투자를 이끌었다. 서버용 D램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수요가 폭증해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AI 서비스 구현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서버용 D램 가격도 급증하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됐던 PC·모바일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때문이다.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려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D램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단말에서 AI 연산을 하려면 메모리 대용량화가 필수다. 그만큼 D램이 많이 필요해진다. PC와 모바일도 D램 수요의 한축을 담당하며 공급 부족을 야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강한 수요가 결국 삼성이 1c D램 생산 비중을 늘리게 만든 근본적인 배경이다. 다만 여기에 1c D램이 삼성만의 차별화된 무기라는 점에서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
삼성은 경쟁사가 1b D램을 사용할 때 1c D램으로 HBM을 만들기로 했다. 대응이 늦은 만큼 한 발 앞선 제품으로 역전을 노리기 위해서다. 삼성은 1c D램으로 시장의 판을 뒤집기 위해 생산능력을 대거 확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막강한 생산능력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왔다”며 “1c D램에서도 이같은 전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c 생산은 증설과 공정 전환을 통해 준비한다. 증설은 평택 4공장(P4)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장비 반입과 설치(셋업)가 한창이다.
공정 전환은 10나노급 1~3세대(1x·1y·1z) D램 라인을 1c 제조용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테크 마이그레이션이다. 이 경우 기존 라인의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필수 장비만 반입한다. 신속한 D램 제조 라인 구축이 가능해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투자 대비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또 중국 추격이 매서운 구세대 D램 생산을 축소하고 차세대 D램에 집중, '초격차'를 실현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테크 마이그레이션은 각 라인별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