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이 없이도 겨울에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스스로 온도조절하는 열조절 소재가 KAIST에서 개발됐어요. 덥고 건조하면 잎을 돌돌 말아 잎뒷면으로 태양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잎 표면 수분이 내뿜는 열로 냉해를 막는 '포플러 잎'의 열관리 비법을 응용했죠.
전력 없이도 특수 인공소재가 작동하면서 열을 올리고 낮추면서 건축물 내부 온도까지 조절해주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걸까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송영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과 김대형 서울대학교 교수팀은 이 같은 개념의 '유연 하이드로겔 기반 열조절기(LRT)'를 개발했어요.
LRT 핵심소재는 리튬이온(Li⁺)과 하이드록시프로필 셀룰로오스(HPC)를 하이드로겔에 결합한 구조예요. Li⁺는 주변 수분을 흡수·응축해 잠열을 조절하고 따뜻함을 유지하죠. 또 온도가 올라가면 HPC 분자들이 뭉쳐 하이드로겔이 불투명해지고, 태양광이 반사돼 자연 냉각효과가 강화돼요.
LRT는 주변 온도·습도·조도(照度·빛의 밝기)에 따라 네 가지 열조절 모드로 전환됩니다. 전력 없이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 냉·난방 모드를 전환하는 자연 모사형 열관리 장치가 되는 거죠.
실외 실험을 해보니 LRT는 기존 냉각 소재보다 여름에는 최대 3.7℃ 더 낮고, 겨울에는 최대 3.5℃ 더 높은 온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7개 기후대(ASHRAE 기준) 대상 시뮬레이션에서는 기존 지붕 코팅보다 연간 최대 153메가줄(MJ)/㎡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구팀은 Li⁺와 HPC의 농도를 조절해 열조절 특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산화티타늄(TiO₂) 나노입자를 추가해 소재 내구성과 기계적 강도도 크게 향상시켰어요.

송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의 지능형 열조절 전략을 공학적으로 재현한 기술로, 계절과 기후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열관리 장치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지능형 열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김형래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 송영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에 지난 4일자 온라인 게재됐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